K팝팬 5만명이 뽑은 ‘2022 최악의 스트리밍’ 1위 멜론…왜?
케이팝 팬 5만여명 참여 결과, 1위 멜론 2위 벅스
“시장 점유율 높으니 기후행동에도 앞장서주길”
케이팝 팬들이 ‘2022 최악의 음악 스트리밍 기업’으로 멜론(카카오엔터테인먼트)을 뽑았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선정 기준은 각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 에너지 전환 계획을 얼마나 잘 짰는지를 본 것이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케이팝 팬들이 모인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 지구를 위한 케이팝)은 지난해 12월 ‘워스트 스트리밍 어워드 2022’을 진행했다. 앞서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해 여름부터 멜론, 지니뮤직, 플로, 바이브, 벅스 등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친환경 스트리밍을 요구하는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을 벌여왔다. 음악 스트리밍도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탄소 배출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기업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캠페인에 동참하는 팬 1만여 명의 서명을 모아 각 기업에 전달했고, 각 기업은 지난해 11월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놨다.(▶관련 기사: [뉴스AS]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재생에너지 100% 언제쯤?) 답변에는 플로 2030년, 멜론·바이브 2040년, 지니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 등이 담겼다. ‘워스트 스트리밍 어워드 2022’는 케이팝포플래닛이 이러한 기업들의 답변을 케이팝 팬들과 ‘놀이’처럼 공유하려는 취지에서 후속 캠페인 성격으로 기획됐다.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한겨레>에 “(각 기업의) 공식 답변 내용을 어떻게 팬분들께 잘 전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연말이 다가와 시상식 형식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각 기업의 기후 행동 계획을 요약해서 전하면서, 이 가운데 ‘최악의 계획을 내놓은 곳에 투표해달라’고 요청했다. 투표가 진행된 지난해 12월10~17일, 한국 케이팝 팬 2만8181명과 해외 케이팝 팬 2만4701명 등 총 5만2822명의 이용자가 참여했다.
투표 결과 케이팝 팬들은 멜론(카카오)을 1위(한국 47%, 해외 57.1%), 벅스(엔에이치엔벅스)를 2위(한국 38.3%, 해외 17.9%)로 꼽았다. 이어 3, 4위는 한국 팬들의 경우 케이티 계열인 지니뮤직(8.5%), 네이버 계열 바이브(6.2%), 해외 팬들은 바이브(13.7%), 지니뮤직(11.3%) 순으로 집계됐다. 드림어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플로의 경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한다고 응답해 투표 선택 항목에서 제외했다.
‘최악의 계획을 내놓은 곳’ 1위로 꼽힌 멜론은 모회사인 카카오의 재생 에너지 전환 계획에 따라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위를 한 엔에이치엔벅스는 명확한 재생 에너지 전환 목표나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이다연 캠페이너는 “각 기업의 재생 에너지 사용 계획을 확인해보면 벅스가 가장 분발해야 하지만, 멜론이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데도 앞장서서 적극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많은 케이팝 팬분들이 시장 점유율 1위의 멜론이 스트리밍 시장의 책임감을 갖고 좀 더 구체적인 재생 에너지 사용 계획을 내놓기를 바라는 뜻에서 멜론에 투표해주신 것 같다”고 풀이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해 12월27일 투표 결과를 각 기업에 전자우편으로 전달했다. 3일 오후 기준으로 바이브를 운영하는 네이버와 벅스 쪽에서 “향후 더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이다연 캠페이너는 “(향후에도) 케이팝 팬들이 탄소 배출 없는 깨끗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스트리밍 기업에 재생 에너지 사용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2023년은 스트리밍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지속가능한 콘서트를 위한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케이팝 콘서트가 재개되고 있는데,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해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지속가능한 콘서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며 “케이팝콘서트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케이팝의 위상도 높아지면서 전 세계 콘서트 문화의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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