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약값 참조국에 캐나다 추가..."약값 낮아질텐데" 업계 반발 왜?
정부가 올해부터 신약의 약가를 협상할 때 참조하는 국가에 다른 국가에 비해 의약품의 가격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캐나다를 추가한다. 호주도 포함할 계획이었으나 업계의 반발로 제외됐다. 당초 정부가 두 나라를 추가하려 했던 것은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신약을 국내에 도입할 경우 가격을 깎아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약 등 협상대상 약제의 세부 평가기준에 따르면 해외 참조가격 대상 국가는 기존 A7(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미국, 캐나다)에 캐나다가 추가됐다. 당초 정부 계획과 달리 호주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4단계를 거쳐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제약사의 급여 등재 신청→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보건복지부의 고시다. 심평원이 신약이 효과가 있어서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 평가하면 건보공단이 제약사와 약의 가격을 협상하는 수순이다. 이 과정을 마치고 급여 적용이 되면 환자는 약값의 30%만 부담한다. 나머지 70%는 건보 재정에서 지출한다.
신약이라 약의 효과나 경제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 약가를 설정하는 기준은 해외 사례다. 해당 약을 먼저 도입한 국가에서 정한 가격을 참조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각국 공장에서 출하되는 가격에 환율, 부가가치세, 유통거래폭 등을 가산한다. 이 기준이 되는 국가에 캐나다가 포함된 것이다.
정부가 캐나다와 호주를 약가 참조국에 포함하려고 계획했던 것은 추후 약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호주의 약가는 다른 나라의 5분의 1에서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구조적으로 약가가 낮다. 자국 제약 산업을 육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약의 자체 개발보다는 저렴한 복제약 공급에 초점을 맞춘다. 2019년 기준 의약품 수출이 수입의 두 배를 넘을 정도로 제네릭(복제약)을 저렴하게 도입하는 나라다.
약가 참조국에 호주가 포함되자 국내 제약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문의약품 제네릭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추후 각사 제네릭 품목의 약가 인하를 우려했다. 보험 당국은 건보 급여 적용 의약품에 대해 주기적으로 재평가를 하는데, 호주가 참조국에 들어갈 경우 여기서 제네릭 약가가 대폭 우려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축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도 이를 반대했다. 낮은 약가 때문에 제약사의 매출이 적게 발생하는 국가로 인식되면 신약 신청을 하지 않는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정부가 제약사의 약가 인하 의도를 드러낸 것은 건보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전 국민의 의료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던 '문재인 케어'의 대수술에 들어갔다. 우선 순위를 갖고 필요한 곳에 건보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터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보험 등재 기간을 2개월 단축하기로 했다. 전국민 대신 중증·희귀질환자에 집중해 이들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적용 대상 환자는 늘리는 것이 목표다.
건보 재원이 문제다. 약가 인하는 한정적인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초고가 신약의 가격을 깎는 움직임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건보 급여 적용이 된 노바티스의 '졸겐스마'를 투약받을 경우 환자는 최대 598만원을 내지만 정부는 환자 1명당 19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유전자나 세포를 조작해 한 번 투약만으로 완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수십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은 CSL의 헴제닉스는 투약 비용이 역대 최고가인 350만달러(약 44억원)에 이른다. 추후 건보 재정 악화가 예상될 경우 재정 운용 원칙에서 후순위로 미뤄 둔 제약사 약가는 인하할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보험 당국 관계자는 "제약 업계는 약가 인상을 요구해오고 있지만 쓸 수 있는 건보 재정이 한정적이다"라고 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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