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美·대만보단 낮지만 세액공제 환영"
"전후방 산업 긍정적 파급효과"
정부가 3일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추가 투자 증가분을 포함해 최대 25%까지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 11일 만에 추가 감세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시 업계와 전문가들은 해당 개정안으로는 미국, 대만 등 주요 반도체 경쟁국과 맞붙기에 역부족이라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반도체가 글로벌 공급망의 무기로 부각되고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경쟁국 수준으로 세제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자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을 제정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해준다. 대만도 반도체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25%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해 '반도체 전략'을 발표한 일본은 대규모 생산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세제 지원이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이번에 세액공제 비율을 큰 폭으로 높이는 안을 내놓았다.
정부안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의 당기(연간)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 기준 현재 8%에서 15%로 올라간다. 이와 별도로 올해 투자 증가분(직전 3년 평균치 대비)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10%의 추가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전략 분야에서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은 당기분과 증가분을 합쳐 최고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당기 공제율이 현재 16%에서 25%로 올라간다. 여기에 투자 증가분을 포함한 최고 세액공제율은 35%에 달한다.
업계와 경제계는 정부의 이번 안에 대체로 만족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추가 확대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 속에서 한시바삐 대응채비를 갖춰야 하는 국내 반도체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전후방 산업의 고용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도 "디스플레이 산업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방침과 오늘 발표한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을 적극 환영한다"며 "중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현 상황에서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더욱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반겼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의 논평에서 "이번 발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 부담이 높아 자칫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꺾일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적절한 조치"라며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국회에서 순조롭게 입법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의 협력을 당부한다"고 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업들의 투자 유인을 높여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반도체 산업에 최악의 겨울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개정안이 꺼져가는 민간 투자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현재 경제 분위기상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워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예측할 수 있는 세액 공제 규모는 15% 수준"이라며 "해외와 비교하면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8%에 불과했던 이전 의결안보다는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국회에서 이에 대해 최대한 빨리 안건을 통과시켜 기업들이 빠르게 효과를 보고 투자를 촉진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희·전혜인기자 e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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