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대출 이어 규제지역까지…文정부 부동산 규제 다 풀었다
3월부터 분양가 관계없이 모든 주택서 중도금 대출 가능
1주택 청약 당첨자 기존주택 처분의무 폐지…다주택자도 '줍줍'
"낙폭 줄이는 연착륙 효과…반등 여부는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부동산 규제 시계를 5년 전으로 되돌린다.
대출·세제·청약·전매제한·실거주 의무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친 규제를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완화한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실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먼저 부동산 규제지역을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만 빼고 전면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규제지역을 전임 정부 이전 수준으로 환원한 것이다.
규제지역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2017년 8·2대책을 통해서다. 이때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였고 강남 3구 등 11개구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집값이 계속 뛰자 규제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이중·삼중 중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해갔다.
이번에 수도권이 규제지역에서 대거 해제되면서 대출, 세제, 청약, 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에 대한 규제가 풀리게 됐다.
정부는 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도 축소했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신규 아파트 단지가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확대한 제도다. 2019년 12·16 대책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를 27개동에서 322개동으로 늘렸다. 서울 18개구 309개동과 과천·하남·광명 13개동이 대상이 됐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민간 주택에는 5∼10년의 전매제한과 2∼3년의 실거주 의무를 뒀다.
그러나 이번 대상 지역 해제로 강남3구·용산 73개동만 남게 됐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서울 내 분양 단지는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10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실거주 의무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에 대해서도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는 아예 폐지한다.
전매제한 기간을 수도권 규제지역은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비수도권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한다.
전매제한 완화는 시행령, 실거주 의무는 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인데 정부는 전매제한·실거주 의무가 남았더라도 소급 적용해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도금 대출 규제와 특별공급 등 청약 관련 규제도 대거 해제한다.
현재 12억원 이하만 가능한 중도금 대출 보증을 모든 분양주택으로 확대하고, 1인당 5억원으로 제한한 인당 중도금 대출 한도도 폐지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는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을 넘는 주택은 특별공급으로 배정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이 기준도 폐지한다. 다자녀 가구 등 특공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기존주택 처분 의무는 폐지된다.
지금은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서 1주택자가 청약(추첨제)에 당첨된 경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2년 내 처분해야 한다.
또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2주택·3주택 관계없이 유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2021년 5월 강화된 무순위 청약 규제가 1년 9개월 만에 풀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공분양 50만호, 공공임대 50만호 등 5년간 공공주택 총 100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 5년 동안에는 공공임대 63만2천호, 공공분양 14만4천호를 공급했는데, 공공분양을 대폭 확대했다.
국토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를 충분히 공급하면서, 공공분양을 대폭 확대해 주거선택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주택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매제한 완화로 장기간 매각이 어려웠던 주택들이 환금성 제약에서 자유로워졌고, 실거주 의무 폐지로 대출 또는 실입주가 쉽지 않았던 일부 수요층은 임대차로 입주 잔금을 마련하거나 매각 등의 퇴로가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금리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위축된 부동산시장의 낙폭을 줄이는 연착륙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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