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손자"라고 허풍 떤 이기영…前 부인 "생활고 시달렸다"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평소 ‘건물주 손자’라는 말을 하고 다녔는데 사실은 그는 생활고를 이유로 음주운전 처벌도 최저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지인은 JTBC에 “뭐 주점을 차려줄까 아니면 카페를 차려줄까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으며, 또 다른 지인도 “10억, 20억 공사 얘기하고 사무실이 서울에 있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기영은 실제 별다른 직장 없이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왔다. 이마저도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영은 2013년 5월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가 취소됐다. 같은 해 8월에는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당시 이기영은 육군 간부로 재직 중이었다.
이기영은 2018년과 2019년에도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2018년 음주운전으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듬해인 2019년 집행유예 기간에 또 음주운전이 적발된 이기영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살았다.
그럼에도 이기영은 생활고를 이유로 음주운전 처벌에 대해 최저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구금이 길어질 경우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고려해 작량감경을 거친 법정 최저형으로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작량감경은 법률적으로는 특별한 사유가 없더라도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이 그 형을 줄이거나 가볍게 하는 것이다.
이기영은 지난 2018년 다른 여성과 이혼했던 기록도 있었는데 해당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이기영과 지내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영은 이 결혼 이전에도 한차례 결혼해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결혼식에 참석했던 이기영의 한 지인은 MBC에 “당시 이기영이 초혼이 아니라 재혼이었다. 처음 결혼한 상대와는 아들까지 두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예전 직장 동료였다는 이 지인은 “(이기영이) 집에 잘 안 들어갔다. 어린이집에도 데리러 가야 하는데 데리러 가지도 않고 몇 번 그랬나 보더라”며 “자주 싸우더니 (헤어졌고) 이혼하자마자 다른 여자를 만나서 결혼한다고 그러더라”고 증언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최근 이기영이 숨진 동거녀 A씨와 채무관계가 담긴 계약서를 확보했다. 이 계약서에는 이기영이 A씨에게 3억 5000만 원을 주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또 돈을 갚기로 한 특정 시기까지 기재돼 있었는데 법적 검토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계약서가 동거녀 살해 동기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억대의 금액을 왜 주기로 했는지 등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이기영은 연이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 대리운전도 못 하게 되자 금전을 목적으로 계획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 7∼8일 사이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A씨를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내다 버린 혐의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께 같은 집에서 60대 택시 기사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
A씨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했던 이기영은 3일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이날 오후 매장지로 추정되는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기영의 거주지와 차량에서 발견된 혈흔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이기영의 추가 범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기영이 1년간 연락한 주변인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추가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기영에게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이 있는지도 분석 중인 경찰은 곧 수사를 마무리하고 4일 이기영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검찰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마스크나 모자로 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기영의 모습이 공개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민정 (a203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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