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보다 네편, 내편 따지는 정치 통탄할 노릇”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열흘 이상은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빨간 목도리를 두른 유가족 10여명은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 기한을 45일로 정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한 건 10일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정민 부대표도 “정해진 기간을 국회에서 다른 이유로 까먹은 건데 논의가 필요한 문제인가 회의감이 든다”며 “까먹은 걸 채우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4일 출범한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오는 7일이면 45일간의 활동을 마친다. 2023년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조특위는 지난해 12월21일에서야 첫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실제 활동 기간이 열흘 정도밖에 안됐다는 의미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박 원내대표가 비공개 간담회에서 “3차 청문회를 비롯해 전문가 공청회,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논의 과정을 감안하면 열흘 이상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간담회 직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 국정조사 기간 연장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협의회는 3차 청문회에 유가족과 생존자가 증인으로 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조특위는 오는 4일과 6일 두 번의 청문회를 진행한다. 당초 예정됐던 3차 청문회는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미정인 상황이다. 야당은 진상규명을 위해 유가족과 생존자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은 반대한다.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국정조사 기간 100일을 연장하든, 200일을 연장하든 지금처럼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피해자 증인이 없는 청문회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3차 청문회에 유가족, 생존자 등 진상규명에 필요한 증인들을 성역 없이 함께 출석시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온라인 댓글, 이태원 인근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등에서 기승을 부리는 2차 가해를 국회 차원에서 막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희생자와 생존자를 모욕하는 2차 가해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국정조사에서 위증하거나 불출석한 증인들을 국회 차원에서 고발해달라고 요구했다. 추모공간을 마련해달라고도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박주민 의원이 “정부나 서울시가 나서고 있지 않아 민주당 (용산)구의원, (서울)시의원까지 용산 근처에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국정조사에서 편가르기를 하는 국회를 비판했다. 이종철 대표는 “현장조사와 기관보고를 참관하면서 왜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지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된 것 같다”며 “여야가 같이 힘을 합쳐도 진상규명이 밝혀질까 말까 한 와중에 네편, 내편 따질 정신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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