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 공동 연습" 尹 발언 부인한 바이든...찜찜하게 일단락된 '해프닝'
한국 대통령실, 미국 백악관 즉각 해명 나서
"한미 양국, 공동 기획·연습 실행 방안 논의 중"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에 띄운 ‘한미 핵 공동 기획ㆍ연습’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미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s)’ 관련 질문에 부정적 답변을 내놓으면서 혼선이 시작됐다. 한국 대통령실과 바이든 행정부가 급히 수습에 나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이긴 하다. 하지만 ‘확장억제’ 논의를 두고 한미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있다.
바이든 ‘공동 핵 연습’ 부정 발언에 한미 발칵
논란은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에서 시작됐다. 이날 연말연초 휴가를 마치고 워싱턴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4일 켄터키주(州) 방문 일정 관련 질문 2개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이) 한국과 지금 공동 핵 연습을 논의 중이냐”라는 질문이 나왔고 바이든 대통령은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한 뒤 즉석 질의응답을 마쳤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실효적 확장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Joint planning)-공동 연습(Joint exercise) 개념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이 윤 대통령 발언을 부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며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곧바로 한국 대통령실이 나섰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 직후 “오늘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수석은 또 “공동 핵 연습은 핵보유국 사이에서 가능한 용어”라며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 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은 비(非)핵보유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SC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프놈펜에서 정상회담을 한 이후 각국 팀에게 북한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효과적이며 조율된 대응을 계획하라고 지시했으며 양국이 현재 작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한국은 핵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한미는 정보 공유 강화, 비상계획 확대, 모의훈련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지난해 9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11월 안보협의회의(SCM)를 거치면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연습(실행) 등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실무 수준에서 논의도 진행되고 있었다.
한미, 확장억제 해석 두고 적극성 차이
다만 확장억제 해석에서 한미 간 적극성의 정도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한국은 ‘핵전력 공동 기획-공동 연습’을 두고 “사실상 핵 공유 못지않은 실효적인 방안이 될 것”(윤 대통령)이라고 기대했지만 미국은 그런 적극적 입장은 아니다.
한미동맹만큼 끈끈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도 미국의 핵 기획에 참여하기는 하나, 핵심 역할과 최종 결정 권한은 미국에 있다. 한국의 공동 기획 역시 ‘책임과 작전 위험’ 공유 정도이지 ‘사실상 핵 공유’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 간 핵무기 운용 공동 연습 역시 실전과 유사한 방식이 아닌 모의 훈련이나 도상 연습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한국은 핵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의 핵전력 협력 범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나 나토 수준 핵 공유에도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미국은 또 핵무기 사용에 관한 독점적, 배타적 '단일 권한'을 포기하거나 한국과 공유할 의사도 없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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