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은 영털족 됐는데, 은행은 고리대금으로 신났다

김은정 기자 2023. 1. 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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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는 하향세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 2021.12.2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작년 내내 무섭게 오른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가 새해 벽두에 결국 연 8%를 돌파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5.35~8.12%로 상단이 8%를 넘겼다.

대출 금리는 이렇게 천정부지로 고공 행진을 하고 있지만, 정기예금 금리는 4% 초반대로 쑥 내려앉았다. 작년 11월 중순 앞서거니 뒤서거니 연 5%를 넘겼던 5대 은행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현재 연 4.15~4.52%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 당국이 수신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 영향이 크지만 소비자들은 불만이다. 은행들이 과도하게 대출 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당국의 권고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유독 예금 금리 인하에만 적극적인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5대 은행 주담대 변동 금리는 1년 새 상단이 무려 3.05%포인트나 올랐다. 같은 기간 기준 금리가 2.25%포인트,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2.79%포인트 오른 것보다 상승 폭이 훨씬 크다.

◇이자 폭탄에 영끌족 비명

3일 기준 우리은행의 경우 변동 금리 하단마저 껑충 뛰어서 7%대 밑으로는 주담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당장은 8%대 ‘최고’ 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이 드물겠지만, 지금 같은 금리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경우 ‘주담대 8% 시대’가 일반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은행들이 고정 금리 전환을 유도하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주담대 고정 금리는 낮추면서도 변동 금리는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대체적으로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열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라 타오르는 금리 불길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고금리 주담대 비율은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NH농협은행에서 실제 취급된 주담대 중엔 5% 미만이 없었다. 같은 달 신한은행의 연 6% 이상 고금리 주담대 비율은 15.8%에 달해 10월(7%)의 2배가 됐다.

이런 형편이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영털(영혼까지 털렸다)족’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예를 들어, 변동형 주담대(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로 4억원을 빌린 경우 월 원리금 상환액은 금리가 4%일 땐 191만원이지만, 7%가 되면 266만원, 8%라면 294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위해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 대출까지 총동원한 사람들의 처지는 더 심각하다. 5대 은행 신용 대출 금리는 연 5.893~7.32%로 1년 전보다 상단이 2%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한은은 작년 10월 말 기준으로, 주담대와 신용 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차주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소득의 70%를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금리 충격을 완화하려 정부가 올해 보금자리론과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을 통합한 4%대(추정) ‘특례보금자리론’(고정 금리) 도입을 예고했지만, 정확한 금리와 출시 날짜 등이 결정되지 않아 대출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 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 금리를 0.10~0.35%포인트 낮춘 가운데, 은행권 전반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퍼질지 주목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4% 초·중반으로 ‘뚝’

반면 5대 은행 예금 금리는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 11월 15일 연 5.1%를 기록했던 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연 4.15%로 뚝 떨어졌다. 당시 연 5.01%였던 KB국민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역시 지금은 연 4.21%에 불과하다. 우리은행(4.52%)과 하나은행(4.45%), 신한은행(4.40%)도 5%에 근접했던 금리를 한 달 반 만에 줄줄이 내렸다. 작년 11월 24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예금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중이다.

은행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당국이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한 영향이 크지만, 앞으로 물가 상승이 주춤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 점차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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