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인공지능, 신약 개발 실마리 될 것"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2023. 1. 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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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조 스탠다임 합성연구소장 인터뷰
AI 플랫폼 통해 신약 개발
7개월안에 후보 물질 탐색
SK케미칼 등과 공동 연구 진행
김한조 스탠다임 합성연구소장 【스탠다임】

"경제적인 이유든 경험적인 이유든 인공지능에는 안 된다는 편견이 없다. 그래서 수많은 연구에서 답이 될 수 있다."

김한조 스탠다임 합성연구소장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은 연구개발에 드는 많은 비용을 줄여 시장성을 이유로 소외받고 있는 질환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인간이 가진 편견 때문에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도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신약 개발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약 1조7000억달러(약 2021조원)에 달하지만, 이 기간 미국 FDA의 시판 승인을 받은 신약은 430여 개에 불과하다. 신약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AI를 통해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고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는 AI 신약 개발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구세주로 주목받고 있다.

스탠다임 합성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실시간으로 실험 데이터를 보고 있다 【스탠다임】

2015년 설립된 스탠다임은 인공지능·생물학·화학·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개발한 AI 플랫폼을 통해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업체다. 스탠다임만의 AI 워크 플로는 신약 개발이라는 큰 산에 도전하는 비장의 무기다. 스탠다임은 새로운 타깃 물질을 발굴하는 플랫폼 '애스크(ASK)'와 그에 맞는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하는 플랫폼 '베스트(BEST)' 등을 운용한다. 스탠다임은 두 플랫폼을 기반으로 단순히 AI가 작업을 진행하는 수준을 넘어서 최적의 작업 흐름까지 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김 소장은 "합성 과정에서 A와 B, 두 물질을 활용할 때 AB와 BA는 완전히 다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기존 방식에서는 약효 개선, 설계, 시험 등 과정을 단순히 순차적으로 계속 반복했다면 스탠다임은 AI가 흐름을 보면서 다음 순서를 자체적으로 개선 및 재구성해 효율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창성으로 스탠다임은 스스로를 '워크 플로 AI 컴퍼니'로 정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탠다임 측은 자체적인 워크 플로를 통해 최적의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데 평균 7개월 안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신약 발굴에서 AI가 완전히 기존 방식을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를 위한 인력과 시설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스탠다임도 한때는 합성을 위한 연구시설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김 소장은 "제일 시간이 많이 들고 어려운 게 물질 합성인데 남에게 의존할 수 없었다"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도움을 준 것은 전략적투자자인 SK케미칼이었다. 연구시설을 필요로 하던 스탠다임에 SK케미칼은 경기도 판교 본사 내 공간 제공을 제의했다. 양사는 2021년 7월 양해각서(MOU)를 맺고 같은 해 11월 스탠다임 합성연구소가 정식 개소했다. 김 소장은 "SK케미칼은 전략적인 동반자이기도, 스탠다임이 AI로 발굴한 신약 후보 물질의 잠재적인 구매자이기도 하다"며 "파트너십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스탠다임 합성연구소의 강점은 실시간 데이터 기록에 있다. 영국 디지털 화학 기업 '딥매터(Deepmatter)'에서 도입한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통해 합성 과정에서 온도나 수소이온농도(pH), 약물 반응 여부 등이 실시간으로 확인되는 동시에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김 소장은 "결국 AI는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얻는 게 중요하다"며 "데이터 센서와 자동화된 설비 등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얻는 게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AI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탠다임은 SK케미칼, HK이노엔 등 국내외 제약사와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탠다임은 현재 9종류의 적응증 치료를 목적으로 30종 이상의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40여 개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이다. 그는 "현재 상황에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다국적 제약사와 함께 진행하는 케이스 등이 있는데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AI 신약 개발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다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의약품, 동물실험 대체 시스템, 화학물 합성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도 가능하다"며 "이와 함께 결핵 등 소외 질환이나 지금까지 치료하지 못했던 희귀 질환 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인재가 해당 분야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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