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안전하게 하반기 과감하게 계묘년 '묘수' 찾아라
올해 재테크 시장에서는 상반기 예금성 자산, 채권 투자에 집중하고 하반기 들어서야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은행 예금, 채권 등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국내외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될 경우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은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작년에 이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열기가 식으면서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자산보다는 예금에 현금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부동산 전문가 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전문가들이 은행 예금을 투자처로 주목했다. '자산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몰릴 곳(중복 허용)'을 묻는 질문에 47명의 전문가가 '예금'을 꼽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모든 예금은행(5대 은행·지방은행·특수은행 등 포함) 정기예금 잔액은 2021년 12월 말 778조9710억원에서 지난해 10월 말 965조318억원으로 약 186조원 증가했다. 금리 최상단을 예측하기 쉽지 않고, 인상 기조가 멈춰도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은행 예금이 투자처로 주목받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전망 역시 예금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전망'을 묻는 질문에 92.3%(48명)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4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명이 '5~10% 하락'이라고 내다보는 등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래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올해는 IMF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 역대 최악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부동산 상품 중에서는 경매 물건이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추천할 부동산 상품(중복 허용)'을 묻는 질문에 경매 물건이 53.8%(28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매매 시장과 달리 경매는 시세를 반영한 매물이 나오기까지 6개월가량의 시차가 존재해 우량 매물이 경매시장에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고금리 부담에 '영끌족'이 사들인 부동산 물건이 임의경매 등 경매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만큼 경매 시장에 대한 관심은 부동산 침체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올해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권으로의 자금쏠림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은행예금과 채권을 절반 이상 담은 후 나머지 투자 배분을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미국발 추가금리 상승여력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금리가 급격히 떨어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김성희 NH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정기예금과 확정금리 저축보험의 비중을 늘리고 주식자산은 최소화하길 추천한다"며 "장기 운용이 가능한 자금은 최대한 장기 확정금리 상품으로 가입하고, 1년 이내 단기 운용자금이라면 고금리 주가연계사채(ELB) 상품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금리 하락 시점은 일러도 하반기다. 공격적 투자자라면 상반기에 현금 흐름이 좋고 배당이 굳건한 기업, 고성장 기업을 골라 소액 분산투자를 시작해볼 만하다. 이후 금리 인하 기조가 확인되고 경기 회복세가 보인다면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다. 김경선 신한은행 신한PWM분당센터 지점장은 "시장의 변화를 보면서 미국 중앙은행과 함께 속도를 조절하는 투자가 바람직하다. 변화가 확인된다면 위험자산 비중을 50%에서 70%까지로 늘리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미국과 국내 지수에 투자할 경우 기대 수익률은 10% 수준이었다. 유망 업종으로는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유틸리티가 주로 꼽혔다. 전기차, 반도체, 증권 업종 추천도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분산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인 만큼 투자자산 분할 매수도 더 잘게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투자할 때 예전에는 '30/30/40' 이런 식으로 나눴다면, 올해는 10만원씩 10번에 나눠 사라는 의미다. 상반기와 하반기 사이의 자산 리밸런싱도 중요하다. 채권과 주식 비율로 말하자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가면서 7대3, 6대4, 5대5, 4대6처럼 주식 비중을 늘려가기를 추천했다.
올해 코스피 전망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1분기 바닥을 친 후 2~3분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매일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 7곳(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증시 전망을 집계한 결과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로 2060~2620을 제시했다. 연초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조만간 발표될 작년 4분기 실적 부담 등을 이유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반등은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가라앉으면서 한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는 1분기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대표 업종인 반도체는 하반기부터 수요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을 시작하며 주식시장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주기가 2분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先) 채권, 후(後) 주식' 순서로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연초에는 실질금리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채권 가격이 먼저 회복되고, 이후 금리가 하락하면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정책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차전지, 반도체, 원전 등 업종과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 흐름과 관련한 불안 요소로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를 꼽았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54조8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금리 인상 완화에 따른 저가 매수 위주의 반등세가 발생한다고 해도 실제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등세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
[신찬옥 기자 / 정석환 기자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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