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주가 하락률 51%… 고전하는 기술성장기업
지난 일년간 최대 75% 넘게 하락한 기업도
“당장 수익성 내기 어려워 경기 둔화에 취약”
2021년 상장한 기술성장기업 31곳의 지난 1년간 평균 주가 하락률이 5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1곳 중 절반이 넘는 기업들의 주가가 연초 대비 절반 이하로 꺾인 데다가, 연말 기준 주가가 시초가 대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곳도 20곳이 넘었다.
기술성장기업이란 이른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이다. 당장 수익성은 낮지만 탁월한 기술력 등을 가져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이 좀 더 완화된 상장 요건을 적용 받아 상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전문평가기관 2곳에서 특정 등급의 기술평가결과를 받으면 상장할 수 있는 기술평가특례와, 증권사가 회사의 성장성을 평가해 추천하는 성장성 특례로 나뉜다.
2021년은 2005년 기술특례상장제도가 생겨난 후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한 해로, 처음으로 30개가 넘는 기업이 상장했던 때다. 게다가 이전까지 특례상장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바이오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상장해 기술특례상장의 전성기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기업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기업들이 증시 불황을 이겨낼 정도의 충분한 성장성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2021년 상장한 기술성장기업들의 주가는 2022년 한 해 동안 평균 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하락률인 34.4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31개 종목 중 30개 종목이 모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지난해 주가가 오른 기업은 레인보우로보틱스로, 26.9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나노씨엠에스로, 1년간 75.20% 하락했다. 자이언트스텝(75.07%), 와이더플래닛(70.59%)도 70%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주가가 시초가의 20% 수준으로 폭락한 기업도 많았다. 2021년 8월에 상장한 딥노이드는 상장 당시 시초가가 3만6000원이었지만, 지난 29일 5680원으로 주저앉았다. 라이프시맨틱스, 뷰노, 바이젠셀 등도 시초가보다 80% 이상 주가가 떨어졌다.
각종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며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도 있다. 원티드랩은 지난 10월 이복기 대표가 행사 뒤풀이 자리에서 마주 앉은 20대 직원을 폭행하고 욕설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이후 1년간 연봉을 반납하기로 하고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며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 엔비티는 지난해 1월 보호예수 종료 직후 곽근봉 이사 등 임원진이 보유한 주식 전량(7.11%)을 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먹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기업들이 상장 전 내세운 기술이 막상 상장 이후 개발이 진행될수록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고 본다”면서 “게다가 꼭 특례상장기업이 아니더라도 상장 초기 기업은 경기 둔화에 더 큰 영향을 받다 보니 주가 등락률이 특히 더 부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에서 기업공개(IPO) 업무를 진행하는 관계자는 기술성장기업들의 주가가 특히 부진했던 것에 대해 “지난 해 신규 투자 공급이 크게 줄면서 당장 수익성을 내기 힘든 특례상장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상장 후 기업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이는 또 다시 새로 특례상장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6년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신라젠이 상장한 지 약 4년 만에 상장폐지 의견을 받은 것을 계기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부터 기술특례상장제도에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제도 평가항목은 기존 26개에서 35개로 늘어났다. 기존 기술의 완성도·확장성 등에 초점을 맞췄던 평가 요소에 투자 현황과 품질관리 등 항목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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