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주가 하락률 51%… 고전하는 기술성장기업

정현진 기자 2023. 1. 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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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술특례상장로 기업 31곳 중 30곳이 마이너스 수익률
지난 일년간 최대 75% 넘게 하락한 기업도
“당장 수익성 내기 어려워 경기 둔화에 취약”

2021년 상장한 기술성장기업 31곳의 지난 1년간 평균 주가 하락률이 5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1곳 중 절반이 넘는 기업들의 주가가 연초 대비 절반 이하로 꺾인 데다가, 연말 기준 주가가 시초가 대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곳도 20곳이 넘었다.

그래픽=손민균

기술성장기업이란 이른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기업이다. 당장 수익성은 낮지만 탁월한 기술력 등을 가져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이 좀 더 완화된 상장 요건을 적용 받아 상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전문평가기관 2곳에서 특정 등급의 기술평가결과를 받으면 상장할 수 있는 기술평가특례와, 증권사가 회사의 성장성을 평가해 추천하는 성장성 특례로 나뉜다.

2021년은 2005년 기술특례상장제도가 생겨난 후 가장 많은 기업이 상장한 해로, 처음으로 30개가 넘는 기업이 상장했던 때다. 게다가 이전까지 특례상장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바이오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상장해 기술특례상장의 전성기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기업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기업들이 증시 불황을 이겨낼 정도의 충분한 성장성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그래픽=편집부

2021년 상장한 기술성장기업들의 주가는 2022년 한 해 동안 평균 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하락률인 34.4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31개 종목 중 30개 종목이 모두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지난해 주가가 오른 기업은 레인보우로보틱스로, 26.9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나노씨엠에스로, 1년간 75.20% 하락했다. 자이언트스텝(75.07%), 와이더플래닛(70.59%)도 70%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주가가 시초가의 20% 수준으로 폭락한 기업도 많았다. 2021년 8월에 상장한 딥노이드는 상장 당시 시초가가 3만6000원이었지만, 지난 29일 5680원으로 주저앉았다. 라이프시맨틱스, 뷰노, 바이젠셀 등도 시초가보다 80% 이상 주가가 떨어졌다.

각종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며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도 있다. 원티드랩은 지난 10월 이복기 대표가 행사 뒤풀이 자리에서 마주 앉은 20대 직원을 폭행하고 욕설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이후 1년간 연봉을 반납하기로 하고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며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 엔비티는 지난해 1월 보호예수 종료 직후 곽근봉 이사 등 임원진이 보유한 주식 전량(7.11%)을 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먹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2016년 12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한 신라젠이 임원진의 배임·횡령 혐의로 2020년 5월 거래가 중지됐다.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지난 2월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2022년 10월 신라젠은 거래가 재개됐다./뉴스1

한 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기업들이 상장 전 내세운 기술이 막상 상장 이후 개발이 진행될수록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고 본다”면서 “게다가 꼭 특례상장기업이 아니더라도 상장 초기 기업은 경기 둔화에 더 큰 영향을 받다 보니 주가 등락률이 특히 더 부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에서 기업공개(IPO) 업무를 진행하는 관계자는 기술성장기업들의 주가가 특히 부진했던 것에 대해 “지난 해 신규 투자 공급이 크게 줄면서 당장 수익성을 내기 힘든 특례상장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상장 후 기업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이는 또 다시 새로 특례상장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6년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신라젠이 상장한 지 약 4년 만에 상장폐지 의견을 받은 것을 계기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부터 기술특례상장제도에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제도 평가항목은 기존 26개에서 35개로 늘어났다. 기존 기술의 완성도·확장성 등에 초점을 맞췄던 평가 요소에 투자 현황과 품질관리 등 항목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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