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 "보수 패널 공정성 요청 공문은 블랙리스트…법적 조치하겠다"

조현호 기자 2023. 1. 3.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진석 보수참칭 패널 비판 및 여야 균형 요구 공문에 반박
천하람 "윤석열·국민의힘 지도부 비판하면 보수 아니다? 말 안돼"
"내편 안들어주면 출연시키지 말라는 편협한 언론관"
"문재인 조국 옹호하는 이들에 어떻게 했나 돌아봐야, 내로남불"
정진석 "그 사람들 얘기 관심없어…영향력도 없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방송사에 출연중인 보수성향 패널을 '보수참칭' '자칭 보수' 패널이라고 비판하며 여야 균형을 맞춰달라는 공문을 보내자 보수패널 출연자들이 반발했다. 특히 장성철 공감과 논쟁 센터 소장은 보수 패널을 분류해 방송 출연에 영향을 가하려는 행위라며 블랙리스트 작성과 다름이 없다면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천하람 당협위원장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하면 보수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들의 반발에 “관심 없다”고 밝혔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22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자리에서 방송사에 출연하는 보수패널 일부를 들어 “대통령을 비아냥거리고 집권여당을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를 대변하는 패널이며, 보수를 자처할 수 있느냐”, “그들은 자칭 보수 패널인지는 몰라도 제가 보기에는 보수 참칭 패널”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방송 패널 구성에 대해 “형식상의 구색만 갖췄을 뿐,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며 “이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100:0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들 '문제'의 보수패널을 두고 정 위원장은 “우리당의 당원이나 입장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고, 우리 보수진영의 주류적인 의견을 전하는 것도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명의로 그날 방송사에 보낸 공문에서 “패널 구성 시 진보 보수의 균형이 아니라 여야의 균형을 맞춰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그는 “시사 제작 프로그램에서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보수 패널과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진보 패널을 출연시키는 경우 시청자들은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시각만을 접하게 된다. 이 경우 방송의 공정성과 균형성,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센터 소장이 지난해 12월24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방송사에 출연하고 있는 보수패널들은 강하게 반박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센터 소장은 2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문의 명의자인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공문 작성 과정에 관여한 강지연 국민의힘 미디어국장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변호사들과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정 비대위원장의 인식과 판단,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있다”며 “언론인 출신인데도 민주주의 언론관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심하고 불쌍하다”고 비판했다. 장 소장은 특히 보수냐 아니냐의 판정을 “무조건 (대통령과 여당에) 편들어주거나 옹호하느냐 안하느냐로 판단한다면 그 인식이 협소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해야만 보수 여권패널이냐. 문재인과 조국을 옹호하는 사람에 본인들은 어떻게 했는지 돌아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 비대위원장이 보수우파의 대표성이나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100대 0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정진석 위원장 판단에 장 소장은 “자신들의 잘못을 되돌아 보지 않고, 언론 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의 입장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정 위원장 지적에 장 소장은 “나는 당원도 당직자도 아닌데, 제가 당 입장을 앵무새처럼 얘기해야 하느냐”며 “당직자가 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균형을 맞춰 달라는 공문의 요구에 장 소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방송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 집권여당 대표가 나서서 할 일이냐”고 반문했다. 장 소장은 공문 내용을 두고 “방송사 편성의 자율권 침해하는 위법적인 발언이라고 본다”며 “한마디로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출연시키지 말라는 편협한 언론관”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을 지칭한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장 소장은 “정 위원장 발언 전날 저녁에 미리 보도된 중앙일보 기사에 제 이름이 나왔다”며 “당에서 들은 얘기도 있고, 정진석 위원장과 얘기를 나눈 기자로부터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당원 100% 룰 개정을 얘기한 정 위원장을 향해 (내가) 비판을 많이 했다”며 그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추정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 윤 대통령과 당에 쓴소리를 하는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 이언주 전 의원, 천하람 당협위원장, 신인규 전 대변인 등의 입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장 소장과 함께 MBC 라디오 등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천하람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변호사)도 반박했다. 천 위원장은 “당의 의견을 대변하는 인사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있다”며 “그 밖에 폭넓은 보수 진보 영역에 있는 사람을 불러 자유롭게 의견을 펼치게 하는 것은 방송사가 알아서 하는 일이지, 그 틀을 어떻게 짜라 마라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지난해 12월24일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천 위원장은 “보수라는 개념을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이 독점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수주의자도 있는 것이고, 보수라는 것은 특정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 변화' '질서있는 개혁', '헌정질서 준수'와 같은 태도와 가치를 포괄하는 것이 보수라는 점을 들어 “특정정당 지지하지 않으면 보수가 아니라고 어떻게 감히 얘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천 위원장은 “내로남불 문제”라며 “민주당의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와 이상민 의원이 나와서 민주당에 쓴소리하면 박수치면서 왜 우리 진영에서는 그런 것을 하면 안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자기 진영을 향해 쓴소리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권장해야 할 일”이라며 “(자기 편만) 싸고 돌면 누가 정치프로를 보겠느냐. 정치 혐오 무관심 부추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에 나와 당의 입장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정 비대위원장 주장에 천 위원장은 “질문에 따라 다르다”며 “당의 입장을 물어보면 당연히 당 입장을 얘기하고, 개인 의견을 물으면 개인의견을 말하는 것이지, 무조건 당 입장만 앵무새처럼 말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패널의 구체적인 성향을 파고 들어가서 문제삼을 경우 패널 구성 자체가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정 비대위원장이 이런 공문을 보낸 배경을 두고 천 위원장은 “미디어국이 보수패널이 누가 몇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지 조사해보니, 상위권 랭크된 패널이 다소 내부비판을 많이 한 사람으로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위가 블랙리스트 작성 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질의에 천 위원장은 “위법소지는 없다고 본다”며 “구체적인 사람 특정하지 않았고, 당직자들이 직권을 갖고 있지 않아 직권남용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천 위원장은 이번 정 위원장의 보수패널 균형 요구 공문 사태를 두고 “의미 없는 일”이라며 “일종의 쇼일 뿐, 되레 (해당 패널을) 더 자르기 힘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론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별도의 재반론을 하지는 않았다. 3일 낮 12시 현재 브라질 출장 중인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장성철 소장과 천하람 당협위원장의 상세한 반박 논리에 어떤 견해냐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오늘의 SNS메신저 질의에 “그분들 하는 일에 대해 별관심 없다”고 답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블랙리스트 분류', '방송법상 독립성 침해', '법적 조치하겠다', '정부 여당 비판하면 보수가 아니라는 거냐' 등의 비판 요지를 재차 질의했으나 “그분들에게 관심 없다”고 답변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22일 비대위 회의에서 방송사 출연중인 보수패널을 보수참칭패널이라고 비판하며 여야 균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방송사에 보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영상 갈무리

장성철 소장이 당원 100% 룰 변경에 대한 정 비대원장 주장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심기가 불편해진 것과 이번 공문이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정 비대위원장은 “장 소장 그 분 잘 모르는 분이고, 그 분 발언이 그다지 영향력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별 신경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별 관심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