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표 달성” 외쳤지만…녹록치 않은 2023년
전술 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고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겠다며 새해 첫날부터 우리를 향해 포문을 연 북한.
주민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당과 최고지도자가 대남·대미 적대정책보다 내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지만, 북한의 내부 사정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 기념일 많은 정주년…북, 성과 절실
북한 주민들의 지침서이기도 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새해가 되자 2023년 달성해야 할 경제 목표를 제시하면서 이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설파하는데 지면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2022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시간이였고 분명코 우리는 전진하였다고 하시면서 사회주의 건설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전인민적인 투쟁을 더욱 확대발전시켜 5개년 계획 완수의 결정적 담보를 구축하는것을 새해 사업의 총적 방향으로 제시하시였다.
<노동신문. 2023년 1월 3일>
오늘(3일) 노동신문이 <위대한 당의 령도(영도)가 있기에 우리의 전진은 줄기차다>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소개한 김정은의 지난해 말 전원회의 발언입니다.
노동신문은 2면 <올해 사업의 총적 방향> 등 다른 기사들에서도 전원회의가 2023년을 '국가 경제 발전의 큰 걸음을 내 짚는 해', '인민생활 개선에서 관건적인 목표들을 달성하는 해'로 규정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올해는 책임적이고 결정적인 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새해 경제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올해 북한의 굵직한 기념일들이 대거 정주년(꺾이는 해)를 맞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6·25 전쟁의 북한 표현인 조국 해방 전쟁의 승리일 70주년이자 북한 정권 수립(공화국 창건) 75주년입니다. 북한은 정주년을 중시하면서 대규모 행사를 치르곤 합니다.
노동신문은 오늘 "올해 투쟁 여하에 따라 지금까지 고군분투해온 성과들이 승리로 이어지는가 그렇지 못하는가가 결정된다"며 주민들을 다그쳤습니다.
■ 또 "투쟁"…남한 향해 거칠어지는 입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지난해 전원회의는 경제 분야에서는 건설 부문 외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 과거 같으면 (전원회의) 보고에서 과장이든 아니든 금속이나 화학 등 부문별로 성과를 선전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고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화성지구나 농촌 시범 주택 건설 등 몇 가지로 갈음했다"며 "이런 전원회의는 처음 봤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앞에는 의연 피할 수도 에둘 수도 없는 난관들이 버티고 있으며 ... (중략)
현재 우리 앞에 조성된 정세와 조건은 엄혹하다.
<노동신문. 2023년 1월 3일>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시작부터 어려운 환경임을 부각시키면서, 당이 목표로 제시한 과업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은 "북한은 미·중 전략 경쟁 상황에서 북미 관계 및 남북관계 악화로 인한 제재의 장기화에 대비하고자 농업생산력 제고를 바탕으로 한 자력갱생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2023년 북한 경제 회복을 결정할 중요 변수로 북·중 무역 확대를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중국 내 최근 코로나 19 확산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북·중 교역)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중국과의 교역 여건이 좋아져 봤자 북한이 내다 팔 게 없다"며 "북·중 무역 재개가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가상화폐 탈취 등이 외화 벌이를 위한 대안이었는데 이 역시 제재 강화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은 대책이 없는 거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북한은 올해 내부 결속과 체제 선전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성과가 필요하지만 실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인 겁니다.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금 가장 고민이 많은 사람은 김정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영석 기자 (s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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