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한 행동일까…일상 속 편견과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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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야구 경기를 보고 들어오는 길, 새벽 두 시쯤 되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출발한 뒤에야 남성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미세공격은 유색인, 여성, 성 소수자 등 특정 집단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개인을 향해 적대감, 경멸, 반감 등 모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상적인 말이나 행동을 뜻한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공격하려는 의도 없이 일어나는 무시와 모욕 등을 모두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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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 한 흑인 남성이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친구와 야구 경기를 보고 들어오는 길, 새벽 두 시쯤 되는 시간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잠시 로비에 멈추고 잘 차려입은 백인 여자가 탔다.
그녀는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출발한 뒤에야 남성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들고 있던 지갑을 움켜쥐고 목걸이를 손으로 가렸다.
그는 야구 모자를 벗고 뒤로 물러섰다. 가볍게 인사를 건넸지만, 여성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어쩌면 작은 해프닝 같은 일이지만 일상에서 어쩌면 종종 마주치는 일이다.
실제로 비슷한 일도 많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는 친구를 기다리는 '어떤' 손님을 쫓아내기 위해 경찰을 불렀고, 바비큐를 즐기려는 '어떤' 가족을 보고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미국 컬럼비아대 상담·임상심리학과 교수인 데럴드 윙 수와 애리조나주립대 상담 및 상담심리학부 교수인 리사 베스 스패니어만이 쓴 '미세공격'은 이처럼 일상 곳곳에 있는 편견과 차별을 다룬다.
미세공격은 유색인, 여성, 성 소수자 등 특정 집단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개인을 향해 적대감, 경멸, 반감 등 모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상적인 말이나 행동을 뜻한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공격하려는 의도 없이 일어나는 무시와 모욕 등을 모두 포함한다.
책은 미세공격이 무엇이고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특히 미세공격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로 인종차별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사회의 여러 소외집단,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언뜻 무해하거나 순수해 보이는 각종 발언과 행동이 어떻게 상처로 쌓이는지도 살펴본다.
당사자에게는 불쾌한 말이었다 해도 화를 내거나 반발하며 '과민하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경험이 반복되면서 무감각해지거나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저자들은 미세공격의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주목한다. 가해자 상당수는 스스로 무슨 잘못을 했는지, 상대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편협성은 우리 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다. 따라서 가해자는 침묵의 공모를 통해 서로의 양심과 결백을 지킨다. 이 상황을 바꾸려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거대한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238쪽)
데럴드 윙 수 교수가 2010년 처음 내놓은 이 책은 학계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여러 조사와 사례 연구 등을 더해 2020년 개정판을 내놨고,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됐다.
다봄교육. 김보영 옮김. 408쪽.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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