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상자산 가격 전망은… “반등 가능하나 미미한 수준”
“실물 경제 상황 좋지 않아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워”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이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둔화하면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는 실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과거 급등기처럼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3일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가상자산 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지난해 금리 인상 기조가 둔화한다면 가상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미선 빗썸리서치센터장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 1분기에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채권이나 가상자산은 다른 자산에 비해 거시경제 정책에서 변화가 있을 경우 가격이 일찍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가상자산은 이르면 2분기부터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점쳤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가상화폐의 경우 증권성이 있다는 미국 사법 당국의 판단이 나와도 가상자산의 가격 반등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앰프와 랠리 등 9종의 가상화폐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지목한 바 있다.
SEC는 앞서 지난 2020년에는 시가총액 21조원 규모의 가상화폐인 리플을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한 뒤 지금껏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만약 미국 사법 당국이 리플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제외한 대다수 코인들이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이 센터장은 “만약 리플이 승소하면 리플을 비롯한 상당수 알트코인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패소한다 해도 알트코인에 투자한 사람들은 주식시장으로 넘어가기보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코인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가상자산 가격이 올해도 눈에 띄게 가격이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기후퇴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에 투자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가인 팀 드레이퍼는 현재 1만6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반기 안에 25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이 실현되기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트코인 가격이 수개월 만에 1400% 넘게 폭등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비트코인이 반등해도 지난해 가격 대비 최대 30% 정도까지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 탓에 올해 전 세계 실물경제는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관 투자자들도 가상자산 투자에 주저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 큰 폭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 상황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까지 메타(구 페이스북)의 가상자산 사업을 총괄했던 데이비드 마커스 라이트스파크 최고경영자(CEO)는 최소 내년까지 가상자산 시장의 불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한 상황에서 아직도 제대로 된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신이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제대로 된 규제가 시행되려면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석문 센터장도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문 산업이기 때문에 제도적 측면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존 자본시장법 틀을 적용할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적용해야 할지 등 기본적인 접근 방식도 아직 확정이 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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