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신년회, 격식은 파괴·구상은 명확히
장재훈·송호성·박정국·송창현 사장 등 경영진, 사업 방향성 설명
"결론 먼저 보고"…정의선, 질의응답서 보고 문화 개선 조언도
"생각보다 질문이 없네요."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서 열린 신년회에서 임직원들과 이뤄진 질의응답 순서가 마무리되려 하자 아쉽다는 듯 던진 말이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단상이 없는 무대에 선 정 회장은 '떡국을 먹었냐?', '장모님이 김치찌개를 끓여주셔서 잘 먹었다' 등 격식을 차리지 않은 인사말로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신년회를 업무 현장인 남양연구소에서 열었다. 오프라인 대면 신년회는 3년 만이다. 행사는 격식은 깨고 사업 방향성 등 구상은 명확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정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신년회마다 기존 방식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에는 메타버스(Metaverse) 공간인 '현대차그룹 파크(HMG Park)'에서 전 세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엔 처음으로 타운홀 미팅 방식을 택했다. 수평적이고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촉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외에 현대차 장재훈 사장을 비롯해 기아 송호성 사장, 연구개발본부장 박정국 사장, TaaS본부장 및 차량SW담당 송창현 사장이 임직원에게 직접 새해 경영 전략 및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장 사장은 "올해는 생산, 물류, 판매를 최적화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공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금리 상황에서 신차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현대차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선보이고 현대차 EV 구매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혁신적 디자인,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상품성과 더불어 EV 사용 전반에 걸쳐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겠다"면서 전동화 가속화 및 톱티어 경쟁력 확보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밝혔다.
송 사장은 특히 기아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기아의 PBV 사업은 2025년 미드 PBV인 SW(프로젝트명) 론칭을 시작으로 라지 사이즈, 스몰 사이즈까지 모든 제품군을 구축하고, 향후 자율주행, 로봇, AAM 등 다양한 신기술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아 EV 라인업에서 핵심이 될 EV9에 대해 "EV9는 플래그십 EV 모델로서 혁신적인 기술과 우수한 상품성으로 기아 브랜드 포지셔닝 강화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구개발본부장 박 사장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에 연구개발 부문이 추구해야 할 혁신 비전과 조직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박 사장은 특히 "자동차 개발은 어느 한 부문의 성과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모든 부문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직 전체가 협력해 한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과거의 고정 관념을 과감히 타파하고 장애요인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함께 고민하고, 과감히 도전하며, 빠르게 실행하는 문화, 서로를 신뢰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변화와 혁신의 길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SDV)로 대전환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이 대전환 사업을 맡은 송 사장은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을 실행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 및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도 자동차 판매가 유일한 사업모델이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해 '이동의 자유'라는 궁극적인 현대차그룹의 미션을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은 우리의 핵심 사업모델인 자동차라는 제품의 상품성을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직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보고 문화를 바꾸라'고 조언도 했다.
정 회장은 "상사에게 보고할 때 본인의 생각과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보고를 받는 사람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예전에 명예회장께 (내가) 그렇게 했는데 제 경험이 꼭 맞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보고를 보면 결론이 없고 (보고자의)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B·C와 같은 세 가지 방법을 주고 (상사에게) 고르라고 해 보도록 한다"며 "자신의 생각과 결론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 회장은 신년회가 끝난 후 남양연구소 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떡국 등 새해 음식으로 점심을 함께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이어갔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김승모 기자 cnc@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뺑소니 차량에 13km 끌려가다 사망한 20대…운전자는 '만취 상태'
- 고철 줍다가…35m 콘크리트 기둥 안으로 추락한 어린이, 사흘 고립
- 국민대 '멤버 Yuji'와 논문 조사 미루던 숙대, 이번엔?[어텐션 뉴스]
- 여성래퍼 '갱스터 부' 사망…몸 속에서 '펜타닐' 발견됐다
- 새해부터 차 훔쳐 무면허 운전한 중학생들…일부는 '촉법소년'
- 요동치던 코스피, 2200선 가까스로 사수
- 국민은행 120억원 배임사고 발생…금감원 현장 검사 착수
- 숙명여대, 김건희 '석사논문 표절 의혹' 본조사 착수
- 중국發 검역 강화 직후 시스템 '먹통'…당국 "일부정보 누락"(종합)
- 尹이 쏘아올린 중대선거구제, 이번에도 '정치적 구호' 그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