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돌려막고 생활비 쪼들려서”...현금서비스에 내몰린 서민
작년 한해 동안 50조원 넘어설 듯
리볼빙도 7조원 넘어 매달 최대 경신
김 모씨는 “은행 이자와 생활비 등 100만~200만원이 급해서 이 순간만 넘기려고 현금 서비스 2~3건을 쓰다보니 어느 새 다중채무자가 돼 버렸다”며 “700점대였던 신용점수도 600점대로 떨어져 속성하다”고 말했다.
작년 카드사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이용 금액이 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2019년(52조3244억원) 이후 최대다.
3일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현금서비스 이용 금액(7개 전업 카드사 기준)은 47조779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2월 현금 서비스 이용금액이 전달대비 4조3725억원(9.6%)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2022년 연간 이용금액은 52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통상 12월엔 연말 특수 등으로 카드 이용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작년 말엔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됐지만 고물가로 소비액 자체가 커진데다 높아진 금리와 금융당국의 대출규체 여파로 중·저신용자의 돈줄이 마르자 급전 창구인 현금서비스 수요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작년 9월과 10월에도 현금 서비스 이용금액은 4조4000억원씩 증가했다.
현금서비스는 신용카드 이용자가 대출심사 없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카드사가 내준 이용 한도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대출 기한이 한달 정도로 짧아 급전 수요로 쓰인다.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금리가 법정 최고치(20%)에 육박한다.
지난해 9월 기준 신용등급 1~2등급(표준등급기준) 이용자도 금리가 12.07%~15.84%이며, 중신용자(5~6등급)는 17.88~19.81%에 달한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작년 4분기부터 카드 이용한도와 대출 줄이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을 통해 ‘급전’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몰렸다는 의미다.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도 지난해 11월 기준 7조2105원으로 매달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은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우회로인 탓에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이용자의 채무 부담이 커져 가계 부채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카드사에서 대출 한도까지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데다 금리가 뛰면서 이자 돌려막기를 하는 등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영끌족이나 빚투족 외에도 고금리 여파로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으로 ‘빚 돌려막기’를 하다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새해부터 막막하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위한 선별적 금융지원이나 규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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