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모두 제탓입니다" 미추홀구 건축왕, 법원에 구제책 제출
인천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 상당 전세 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해 임차인들을 거리에 나앉게 만든 이른바 '건축왕' A 씨(61)가 구속 갈림길에서 법원에 채무 변제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차인들은 계획이 실현 가능한지, 진정성은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A씨 측은 지난달 23일 인천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때 재판부에 A4 용지 1장 분량 '정상화 해결 대책' 서류를 제출했다. A씨는 사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서류에 "본 재판까지 시간을 주면 세입자들, 서민들에게 전혀 피해가 없도록 정상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적었다. A씨가 거론한 '피해'는 그가 상환하지 못한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말한다.
임차인들 증언을 종합하면 A씨는 건축사와 공인중개 사무소, 관리사무소 운영업체를 실소유해 건축업계 '큰 손'으로 불린 인물이다. 30여년 동안 인천 미추홀구 일대를 개발했다. 그가 실소유한 주택은 파악된 것만 2708채다.
A씨는 개발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은 비수도권의 어느 개발 사업에 투자했다. 사업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전해졌다. A씨는 주택에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도 사업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 A씨의 회사 직원들이 투입됐다. A씨는 주택마다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들을 임대인으로 앉혔다. 임대인들은 A씨가 실소유한 공인중개 사무소 다섯곳에 나눠 취업했다.
임대인들은 서로 주택을 중개했다. 예컨대 어느 아파트는 69세대씩 두 동으로 이뤄졌는데 임대인 두명이 한동씩 소유하고 서로 매물을 중개했다. '직접 중개'를 금지한 공인중개사법을 피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렇게 모집한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은 A씨의 개발 사업에 투입됐다. 그러다 사업이 10여년 부진하고 올해 개발 부지가 경매 절차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임대인들은 부동산 세금을 감당하지 못했고 A씨가 실소유한 주택들은 차례로 경매에 넘어갔다. 임차인들이 모인 대책위원회가 이날 기준 경매에 넘어갔다고 파악한 주택은 327채다.
상당수 주택은 선순위 근저당권이 잡혀 있다. 경매로 팔리면 배당금으로 A씨의 대출금이 먼저 상환된다.
임차인들은 A씨가 실소유한 주택에 대한 수요도 높지 않다고 말한다. A씨가 소유한 주택은 대부분 빌라, 소규모 아파트들인데, 미추홀구 일대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개발되고 있다.
자신이 실소유한 주택 보증금은 변제하겠다는 취지다. A씨의 법무대리인 한웅 변호사(법우법인 예일중앙)는 "A씨가 책임질 부분은 지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채무 변제 수단으로 △미분양 매물 분양 수익금 △T모 신축 아파트 분양 수익금 △비수도권 개발 사업에 투입한 토지 매각 대금을 적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심적·물적 피해와 고통을 당한 세입자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했다. 당시 재판부는 "기망(속이는) 행위가 있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A씨와 주요 공범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 측은 "고의로 임차인들에게 피해를 주고자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추진하던 지방 개발 사업이 추진 일정이 수년간 지연돼 심한 자금 압박을 받는 것"이라며 사기 혐의를 부인한다.
임차인 대책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A씨의 계획에 대해 "갚을 능력이 정말 있는지 모르겠다"이라며 "미추홀구 일대에 부동산 수요가 높지 않고, A씨 소유 주택은 경쟁력도 낮아 미분양 매물이 팔릴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A씨의 T모 신축 아파트가 경매로 팔려 은행 소유라고 주장했다. 또 비수도권 개발 사업의 토지도 경매로 넘어가서 매각 대금 전액이 A씨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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