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논의에 당황한 與 “지방은 손해인데 尹 눈치에 반대도 못하고…”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1. 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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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눈 떠오른 ‘중대선거구제’
尹, 정치개혁 아젠다 던졌지만
與 “호남은 민주당에 더 이득”
‘비윤’ 김웅 “윤심=당심이라더니
자기 유리할때만 친윤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정치개혁 어젠다로 제시하면서 여당 내부적으로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영남은 국민의힘,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같은 지역주의 정당 체제를 극복하자는 취지지만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도가 개편되면 국민의힘이 지방에서 잃는 게 더 많다는 셈법 때문이다.

3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께서 직접 설정한 어젠다이기 때문에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개편 방향에 부정적인 의원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 안에서 대표 2~3명을 뽑는 제도다. 현재 한국은 한 선거구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의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영남과 호남 등 지역주의가 뿌리 깊은 지역에서 득표 2, 3위를 기록한 후보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영·호남 선거구도에서 국민의힘이 야당에 비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호남 같은 곳은 3~4인 선거구제를 해도 국민의힘이 안 되고 정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구·경북은 민주당 지지율이 30%, 부산은 40% 이상 나오기 때문에 영남 민주당 당협위원장들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되는 것도 이런 관측 때문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당내 기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곧 민심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자기에게 유리할 때만 친윤인 것이냐”며 “내부 총질 해당분자들을 품위 유지 위반으로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즉각 당원권을 정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도권 판세까지 함께 고려할 경우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국민의힘에 마냥 불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서울에서는 강남을 제외한 상당수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이 40% 이상을 득표하고도 낙선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 세계적으로 중대선거구제의 폐해가 (소선거구제보다) 더 크다는 게 현재까지 증명된 바”라며 중대선거구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에 당장 총선인데 지금 국회에 중대선거구제를 한다고 해서 과연 실현되겠느냐”라며 “지금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반대를 하기 때문에 성공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다. 초선이랑 재선 의원들은 자기 선거구가 없어지니까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호남 갈등이 중대선거구 한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우에 따라서 중대선거구를 해도 호남에서 또 민주당이 다 돼버리고 영남에서 국민의힘이 다 돼버리면 똑같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987년 이후 소선거구제를 채택해 왔으나 모든 선거구제라는 것이 일장일단이 다 있다. 소선거구제의 폐단도 있지만 장점도 있고, 중대선거구제도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다”면서 “선거구제도의 장단점을 치열하게 토론해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법상 선거 1년 전에는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돼 있어서 사실상 올해 4월까지 선거구제가 확정돼야 하는데 지금부터 논의해도 시간이 많이 빠듯하다”면서 “정개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1차 논의를 이어가고 필요하다면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서 선거구제에 관한 의원들의 의견이나 우리 당 입장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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