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핵이 없어서…" 바이든 'NO'에 한·미 정부 잇따라 해명

미국 "모의훈련 검토, 북핵 억제 방안 논의 중"…대통령실 "바이든 'No'라고밖에 할 수 없는 질문"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공동 핵 연습 논의'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엇박자로 보이는 답변을 내놔 논란이 되자, 한·미 정부가 "양국은 북핵 억제 공동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한국은 핵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갈수록 위험한 언사를 내놓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미 간 북핵 공동 대응은 정보공유 강화, 합동 계획, 비상계획 확대, 훈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며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탁상훈련(table-top exercises)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탁상훈련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탁상훈련은 실제 현장에서 군부대가 기동하지 않는 일종의 모의훈련으로, 한미 국방당국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54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에 따른 확장억제운용연습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22년 11월 19일 한·미 양국 공군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만나 북한의 핵 사용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효과적인 공조 대응을 마련할 것을 NSC에 요청했다"며 양국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억제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과 동맹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으며 미국의 모든 방어 능력을 통해 확장 억제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NSC 대변인과 고위 당국자의 이번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백악관 기자단의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한 것에 대한 추가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을 핵보유국이 함께하는 연습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핵보유국이 아닌 한국과의 공동 핵 연습 논의가 없다고 답한 것이며, 한미 간 북핵 공동 대응 협력에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3일 한국 대통령실이 미국 정부보다 먼저 내놓은 해명과 결을 같이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 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의 공유·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핵전쟁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No'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공동 핵 연습은 핵보유국들 사이에서 가능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2일 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고자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공동 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 핵전력 운용 공동기획과 공동연습은 지난해 11월 양국 안보협의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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