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개인 실손 전환, 안내 부족에도 ‘퇴직 후 한달 안에’ 신청해야
한 기초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으로 지난해 정년퇴직한 A씨(61)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단체 실손의료보험만 이용했다. 국민건강보험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A씨는 실손보험이 필요하다는 주위의 권고에 퇴직 후 6개월이 지나 보험사에 가입을 문의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A씨가 과거 교통사고로 3개월 입원한 경력이 있다며 청약을 거절했다.
대기업집단 계열 건설사에서 근무했던 B씨(57)도 개인 실손보험 없이 지난해 명예퇴직했다. 3년 전쯤 위 질환 수술을 한 적이 있어 의료비 걱정을 하던 중 단체 실손보험을 개인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으나 신청기한 1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뒤늦게 개인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보험사에 문의했으나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회사가 가입한 단체 실손보험만 이용하다가 퇴직했을 때 개인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실손보험 연계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제도 자체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퇴직자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계제도 자체를 모르는 단체보험 가입자가 대부분이고 기한도 짧아 효용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중단없는 실손보험 보장을 받기 위한 연계제도를 2018년 12월부터 시작했다. 단체실손에 5년 이상 가입한 임직원이 퇴직한 후 1개월 이내에 단체보험 가입 보험사에 신청하면 개인실손으로 전환해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A씨와 B씨 모두 퇴직 시 회사에서 연계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고용주 등이 퇴직자에게 전환제도를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피고용인이 단체보험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때마다 전환제도를 안내하고 있고 매년 단체보험을 갱신할 때도 각 보험사가 안내하고 있다”면서도 “회사가 퇴직자에게 제도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제재하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보험사가 단체 실손보험 가입자 개인정보를 모두 갖고 있지 않아서 퇴직자 개인에게 연계제도를 안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상품에 익숙한 금융계 종사자들도 업권별 제도를 자세히 알기가 쉽지 않다”면서 “퇴직자의 단체실손이 중단될 때 다시 한번 정확히 알려줘야 애초 계획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계제도 신청기한 1개월이 너무 짧다는 불만도 있다. 금융당국은 퇴직자가 질병이 발생한 뒤 개인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역선택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기한을 제한했다.
올해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된 한 대기업 직원은 “은퇴한 선배들을 보면 신변 정리에 몇 달간 정신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신청 기한을 늘리되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 등을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정년퇴직하는 1963년생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약 60만명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와 단체보험을 계약한 보험사에 최대한 제도 안내를 많이 하게 하고 금융당국도 지속해서 홍보할 예정”이라면서 “개인도 달라진 보험제도를 평소에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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