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암에 걸렸다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직장 신년회 때 동료의 빈 자리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친하게 지냈던 동료, 지인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침울해지곤 한다. 요즘 주변에 암 환자가 너무 많다는 얘기를 한다. 이는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신규 암 환자는 총 25만4718명이다. 관련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한국인이 기대수명(83세)까지 살 경우 암이 발병할 확률은 37.9%로 예측됐다. 국민 10명 중 4명은 평생에 한 번은 암에 걸리게 될 것이란 뜻이다. 남성(기대 수명 80세)은 39.9%, 여성(기대 수명 87세)은 35.8%이다. 주변의 10명 중 4명이 암에 걸린다면 나도 환자가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내가 암 환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암이 주는 정신적 충격은 엄청나다. 과거에 비해 '죽음'을 떠올리는 경우는 줄었지만 직장인은 "회사를 관둬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어렵게 취업한 젊은이나 자녀 학자금 등 돈이 들어갈 곳이 많은 중년은 암 자체보다 어두운 미래에 밤잠을 못 이룬다.
암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여전한 게 문제다. 암 환자를 위로하며 치료 의지를 북돋워 주면서도 "저 친구, 계속 일할 수 있겠나?"는 의문 부호를 단다. 실제 암 판정 후 일을 그만둔 환자의 절반 가량이 진단 직후나 치료 시작 전 직장을 포기한다는 조사가 나오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교수는 암을 이긴 후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교수는 "암 치료 후 몸 상태를 스스로 평가하고 업무 요구도에 맞춰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암 환자 본인부터 직장 복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허물고 자신감을 가져야 다시 회사에 출근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나 동료들의 공감과 배려도 중요하다. 언젠가 본인도 환자가 될 수 있다. 직장 동료가 암에 걸리면 나의 일처럼 배려해야 본인에게도 이득이다.
가족 중 누군가 암 진단을 받게 되면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라는 생각에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 가족과 불화가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예전에 환자를 괴롭혔던 여러 일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잘못을 곱씹게 된다. 내 행동으로 인해 가족이 암 환자가 되지는 않는다. 또 가족이 암에 걸리는 것을 내가 막을 수도 없다. 스스로 책망하는 태도는 환자에게나, 환자를 돌봐야 할 가족에게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힘든 치료의 길을 떠나는 환자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돼야 한다.
'암'이라는 태풍을 이겨내면 가족 관계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그동안 데면데면했던 가족이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힘을 보태면서 가족의 가치를 절감하기 때문이다. 평소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약한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부녀, 부자 관계를 회복한 사례도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가족도 시련을 겪은 뒤에 더 강해질 수 있다.
암 환자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건강을 되찾는 것이다. '건강 회복'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건강을 잃어 세상을 떠나면 재산, 명예, 승진 다 덧없는 것들이다.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암을 이기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암 진단을 받고서도 중요한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일에 열중한 사람이 있다. 결국 과로가 겹쳐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암에 걸리더라도 5년 이상 생존하는 사람의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사이 진단받은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7%였다. 10년 전(2006~2010년) 65.5%에 비해 5.2%포인트 높아졌다. 암은 이제 만성질환이 되어 가고 있다는 논문이 많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늦게 발견하면 치료가 매우 어렵다. 암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80대까지 살 경우 10명 중 4명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예측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구나 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 친구 계속 일할 수 있겠나?" 뒷말을 했던 사람, 본인도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그때 가서 동료가 같은 말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사람이 크게 아프면 가장 약한 존재가 된다. 암 환자가 그렇다. 그들을 배려하여 마음고생을 덜어줘야 한다. 다음 신년회 때는 암을 이기고 직장에 복귀한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전국의 암 환자 여러분 힘 내세요!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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