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바뀐 중국 외교… 한중관계엔 어떤 영향?

이창규 기자 2023. 1. 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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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기 '왕이-친강' 앞세워 對美 공세 강화 전망
한국판 인·태 전략 등 이행과정서 中과 '충돌' 우려도
왕이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기 중국의 '외교·안보 투톱'이 강경파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향후 한중관계 전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친강(秦剛) 신임 외교부장 모두 그간 외교무대에서 미국 등을 겨냥한 공격적 언사로 수차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란 점에서다.

특히 우리 정부는 작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동맹 강화·발전'에 외교역량을 집중해온 상황이어서 경우에 따라 중국과 '충돌' 또한 배제할 수 없단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3년 시 주석 집권 1기 때부터 외교부장직을 맡아온 왕 국원은 작년 11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위 정치국원 명단에 오르면서 최근 외교부장직을 친강 전 주미국대사에게 물려줬다.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우리 국가안보실장의 '카운터파트'로서 중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한다. 중국 외교부장은 우리의 외교부 장관에 해당한다.

왕 국원은 외교부장 시절이던 작년 8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한중외교장관회담 당시 "외부의 장애·영향을 받지 않고 서로의 중대 관심사를 배려해야 한다"며 한중 간 주요 갈등 현안인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운용 등을 경계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2017년 이후 줄곧 '임시 배치' 상태에 있었던 사드의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반면 중국 당국은 주한미군 사드가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우리 측을 상대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과 같은 경제보복 조치까지 취해 그 여파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왕 국원은 앞서 2016년에는 캐나다와의 외교장관회담 뒤 공동 회견에선 중국 당국의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 등과 관련한 질문에 "편견과 오만에 가득 찬 무책임한 질문"이라며 대뜸 화를 내기도 했다.

친 부장은 주미대사 시절 '대만 독립' 문제를 두고 미중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언급해 파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 ⓒ AFP=뉴스1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중국 당국이 이들 두 사람을 앞세워 '전랑외교'(戰狼外交·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외교)를 더 강화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의 경우 앞서 미 정부 주도의 역내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창립 멤버로 참여한 데 이어, 현재는 반도체 공급망 대화, 이른바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참여 또한 적극 검토 중이다. 지난달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본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부는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명명한 한국판 인·태 전략에 대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과 그 유사입장국들은 사실상 '중국 견제'에 대한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판 인·태 전략이 '자유·법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꼽고 있단 점에서 그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유엔 등에서 제기해온 중국 당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가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도 좀 더 '확실한 선택'이 필요한 시기가 올 수 있단 것이다.

신상진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한국판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 규범·규칙에 기반을 둔 외교를 추진한다고 했다. 또 미국과의 인·태 전략 연계나 '칩4' 참여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이 그동안엔 우리나라와의 외교적 마찰을 조심스러워 하며 신중하게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여 왔다면, 앞으론 좀 더 직설적으로 '친미' 행보에 문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다른 미중 간 패권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중국 측이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를 우호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시 주석이 아시아 외교 전문가인 왕 국원을 미국 전문가 양제츠(楊潔篪) 전 국원의 후임으로 발탁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의 외교는 대대로 강대국과 관계가 어려울 때 주변국과의 외교를 통해 '레버리지'(지렛대)를 확보하려고 했다"며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일본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최근 중국 친 부장에게 축전을 보내 취임 축하인사를 전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중 양국은 고위급 교류·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이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계속 소통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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