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교육에 진보·보수 없다"..'공존' 앞세운 조희연

유승목 기자 2023. 1. 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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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신년 기자간담회서 교육부·서울시의회와 마찰 어려움 토로…정부 교육방향 협조 뜻도 밝혀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일 서울시교육청 강당에서 2023학년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1.03.

"불과 몇 달 사이 교육을 흔드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3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기초학력 부진·학력결손 회복과 초등돌봄 확대, 초교 신입생 입학준비금 지원과 같은 교육불평등 해소 등 주요 교육정책 로드맵을 제시하기 전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 존치, 교육감직선제 등을 추진하는 교육당국과 예산을 둘러싼 서울시의회와의 마찰 등 대외적인 교육지형 환경변화에 따른 어려움부터 토로한 것이다.

조 교육감이 최근 새해 화두로 '유수불부(流水不腐·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교육감) 3기 이후 교육정책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기존 (1·2기 때) 교육정책을 추진하기에 좋은 환경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비판과 갈등하는 지점 있지만 아이들 (미래)교육을 위해 보수와 진보, 여야 넘어 공존적 협력 관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선에 성공한 뒤 그간 강조해온 생태·공존교육 등 조희연표 교육결실을 맺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정책 추진이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인) '디벗(디지털+벗)' 등 임기 내내 주력해온 디지털교육 예산이 크게 삭감되는 등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취임 이후 나오고 있는 교육부의 정책도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전국시·도교육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통과되면서 전체 교육재정이 축소됐다"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선 생태전환 교육이 총론에 명시되지 않는 등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이 축소되거나 빠진 채 확정됐다"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이어 "이 부총리가 언론에 '고1까지 절대평가 확대', '2025년 어린이집 관리감독 권한을 시도교육청 이관' 등의 발언을 했다"며 "교육의 큰 틀을 바꾸는 내용인데도 사회적 합의를 이룰 과정이나 구체적 추진계획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일 서울시교육청 강당에서 2023학년도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1.03.

앞서 윤셕열 대통령이 노동·연금과 함께 교육개혁을 강조한 가운데 이 부총리는 올해를 '교육개혁 원년'으로 삼고 자사고·외고 존치,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가 "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과 수평적 협력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적극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불충분하단 게 조 교육감의 속내다.

교육감 직선제는 직접적인 갈등요소다. 교육부는 지난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시·도지사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명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반발을 샀다. 조 교육감은 "직선제 유지 입장이던 교육부가 갑자기 찬성으로 바뀌었다"며 "시·도교육감협의회와의 관계도 있는데 주요 정책들에 대해 협의가 충분치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시의회와의 협치도 거듭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조희연표 예산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교육예산도 대거 삭감됐다"고 전제한 뒤 "교육부가 얼마 전 교사의 생활지도권 명기한 교권보호 안을 제시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교육활동보호조례는 의회에서 미상정 처리됐다"며 "묻지마 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아했고, 오해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기초학력 부실에 대한 다각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고 여기에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없다"면서 "다음달엔 학교 예산이 확정돼야 하는만큼 조속한 추경이 필요한데 의회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조 교육감도 큰 틀에서 정부의 교육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우선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 초등학교 신입생 1인당 5만원의 학교생활 준비물 예산을 지원하고, 오는 3월부터 오후돌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는 등 단계적으로 초등돌봄교실 운영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기초학력 부진과 학력결손 해소에도 대폭 증액된 7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정부 교육방향에 발 맞춘 정책을 내놨다.

그는 "초등돌봄 오후 8시까지 확대하거나 반도체인력 양성 같은 정책은 적극 협력하겠다"면서 "미래교육 혁신 정책은 서울이 먼저 나서서 전국 표준을 만들어보겠단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행적 교육정책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사고·외고 존치와 관련해 "내신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자사고·외고에도 내신 절대평가가 되면 내신 불리함이 사라지게 되고, 이 경우 자사고·외고 특단의 강화정책이 되는 최악의 조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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