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연속 상한가…보름만에 16배 폭등한 종목의 정체는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1. 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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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로이터 연합]
코스피에 상장된 한 유전 펀드가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잔여 재산을 처분해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태에서 불과 보름여 만에 주가가 12배 가량 폭등하자 증권가에서는 추종매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ANKOR유전은 지난달 14일부터 전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13일 22원(수정주가)이던 주가는 전날 361원으로 마감했다. 불과 보름 만에 1540.91% 폭등한 것이다.

이날 현재 이 종목은 거래정지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이상급등을 보이는 종목에 대해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순으로 지정하면서 하루씩 매매거래를 정지시킨다.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이 급세를 지속하면 투자경고로 높이면서 거래를 하루 쉬고, 거래재개 이후 또 주가가 급등하면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또 하루 정지시키는 식이다.

한국ANKOR유전은 지난달 22일, 27일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이날 또 하루를 쉰 뒤 내일인 4일 투자위험 종목으로 거래를 재개한다.

한국ANKOR유전은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유전에 투자하는, 상장 유전펀드다. 문제는 최근 대부분의 자산을 처분해 이 펀드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는 점이다.

한국ANKOR유전은 미국 멕시코만 천해에 있는 앵커유전에 투자했다. 지난 2008년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손잡고 앵커유전 지분 80%를 약 9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 2012년 한국투자신탁운용(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한국석유공사 보유 지분 일부와 삼성물산 보유 지분을 매입하면서 펀드 형태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시켰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도 지난 7월 앵커유진 지분을 매각했다. 자산 처분에 따라 발생한 이익금 1169억원은 초과분배금 형태로 지난해 연말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주당 167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달 13일까지 이 주식을 매입해야 이 분배금을 받을 수 있었다. 13일 이 종목의 종가는 1675원으로, 1670원의 분배금을 감안하면 5원이 적정한 주가였다. 하지만 이 종목은 그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28원에 마감했고 이후부터 전날까지 상한가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상증자를 발표한 기업이 무상증자로 늘어난 주식수로 인해 주가가 조정되면서 주가가 싸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무상증자 권리락 효과와 유사하다.

증권가에서는 섣부른 추종매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이 이 종목의 경우 주요 자산을 처분해 향후 분배금이 나올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조기 청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측은 지난해 말 지급한 초과분배금에 한국무역공사 보험금도 포함된 만큼 추가적으로 나올 분배금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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