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국회가 `범죄자 피신처` 돼선 안 된다

2023. 1. 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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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에디터

계묘년 새해 벽두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조롱거리 표적이 됐다. '노웅래·이재명 방탄국회'로 상징되는 2023년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한 장관의 발언이 타깃이다. 그 발언을 놓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디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김남국 의원 돈 봉투 받는 소리 들리는 것 아니냐. 김성환 의원이 김 의원에게 돈 봉투 전달하는 소리 같다"고 했다.

지도부 의원들도 "밥 먹을 때도 부스럭 소리 유의해라" "누구 만날 때 종이 부스럭 소리나면 돈 봉투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한 장관을 공개 조롱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끼리 그런 농담을 주고받는 속내가 짐작된다. 다만, 노 의원의 뇌물수수 현장 증거를 희화화하면서 낄낄거리는 의원들의 모습이 한심해 보인다. 이 대표를 검찰의 칼날로부터 보호하려는 안타까운 '몸부림'으로 보인다. 한 장관도 어이가 없었던지 "유머를 참 좋아하지만, 먼 나라 얘기도 아니고 2023년 우리나라 얘기라는 게 괴이할 뿐"이라고 했을까.

민주당의 행태는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그러잖아도 구 정권인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윤미향 등 각종 비리·범죄에 연루된 의원들이 여전히 금배지를 달고 있는 데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들의 뻔뻔한 버티기에 정치 혐오감을 느낀다는 국민이 태반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그런 여론이 부쩍 비등해졌다.

사실 불체포특권은 예전 군사정권 시절의 산물이나 다름없다. 국회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정 활동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정권 차원에서 만든 제도다. '민주주의를 한다'는 일종의 대내외적 선전용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제 특권층만을 겨냥한 '계륵' 같은 제도를, 국민 합의를 통해 폐지한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건 적이 있고, 지난 대선에서도 불체포 특권 폐지를 공약한 이재명 대표가 6월 지방선거에서 "100% 찬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노 의원 사례에서 보듯이 불체포 특권을 정치권 스스로 없앨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하나 황당한 건 민주주의 파괴를 걱정한다는 이 대표의 앞뒤 안 맞는 발언들이다. 정작 본인은 검찰 소환엔 바로 응하지 않으면서다. 이 대표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추모 미사에서 "수십 년간 쌓아 올린 민주주의가 사방에서 무너지고 있다. 한반도에 다시 공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선 "윤석열 정권의 검찰이 민주주의 파괴의 도구로 전락했다.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재명 죽인다고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이 가려지겠나"라고 주장했다. 또 2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선 "(문 전 대통령의)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선 안 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고 거들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민주주의의 후퇴'를 거론하는 건 아이러니하다. 공허하고 위선적이다. 마치 법을 어긴 자가 법을 따지고, 민주주의 파괴자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꼴이다.문 정권 시절 저질러진 '북(北)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의 진상 규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장동 개발·특혜' 비리 사건도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 없인 완전한 퍼즐 맞추기가 어렵다

민주주의의 성공 요인으론 '모든 사람'이 제도가 정한 규칙을 자발적으로 준수한다는 원칙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그 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는 인식과 신뢰를 갖게 된다.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범죄자라면 법의 처분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집단적 사고와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정권이 민주주의를, 공정을 가장 많이 외친다는 건 코미디 같은 역설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대표가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도둑이 검찰에게 왜 법을 안 지키냐고 꾸짖는 꼴이다.

철학자 칸트가 "악마의 민중조차도 국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건 한 사회가 결코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들로 구성된 게 아니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도둑과 살인자 사이에서조차 집단이 존속하려면 적어도 그들 간에는 살인과 강탈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도 담겼다. 강도와 살인자 간의 협력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국회가 각종 비리와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보호하는 '범죄자 피신처'가 돼선 안 된다.

박양수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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