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여, 고이 잠드소서"… 축구황제 펠레, 축구장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

김광태 2023. 1. 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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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여, 만세."

암 투병 중 지난해 12월 30일 타계한 '축구황제' 펠레의 장례 절차가 2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항구 도시 산투스에서 시작됐다.

상파울루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에 있던 펠레 시신은 팬들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위해 이날 새벽 차량을 통해 상파울루 외곽의 산투스 빌라 베우미루 축구장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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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홈구장 산투스서 절차 시작
관중석 플래카드·등번호 장식
24시간동안 팬들 조문받기로
펠레(오른쪽)과 리오넬 메시 로이터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브라질 산투스 빌라 베우미루 축구장 밖에 펠레 추모객들이 운집해 있다. 산투스〓 EPA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브라질 산투스 빌라 베우미루 축구장에 마련된 펠레 추모식장에 유족과 축구계 인사 등이 자리하고 있다. 산투스=로이터 연합뉴스

"왕이여, 만세."

암 투병 중 지난해 12월 30일 타계한 '축구황제' 펠레의 장례 절차가 2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항구 도시 산투스에서 시작됐다.

상파울루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에 있던 펠레 시신은 팬들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위해 이날 새벽 차량을 통해 상파울루 외곽의 산투스 빌라 베우미루 축구장으로 옮겨졌다. 1만6000석 규모 관중석에는 '왕이여 만세'라는 글귀를 인쇄한 대형 플래카드와 펠레 등번호 '10' 장식물 등이 가득했다.

축구장에서는 펠레 아들 에디뉴와, 펠레 이후 산투스에서 등번호 10번을 썼던 축구선수 제 호베르투 등이 센터 서클까지 운구했다. 하얀색 천막 아래에 놓인, 꽃다발로 장식된 관은 뚜껑을 열어둬 팬들이 펠레의 모습을 잠시라도 보면서 조문하도록 했다. 시신은 브라질 국기와 산투스FC 깃발로 덮였다.

이날 운구 행렬은 경찰 호위를 받으며 약 1시간여 만에 산투스 축구장에 도착했다. 병원 주변에서 기다리던 팬들은 검은색 운구차가 도착하자, 전설이 된 축구황제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휴대전화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산투스는 그가 현역 시절 18년간 몸담았던 프로팀 산투스 FC의 연고지다. 펠레는 1956년부터 1974년까지 브라질 프로축구 산투스에서 뛰며 660경기, 643골의 기록을 남겼다.

펠레의 시신은 축구장 정중앙, 센터서클에 안치됐다. 경기장 주변에는 펠레 추모를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선 팬들의 대기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유족들은 팬들에게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하며 슬픔을 달랬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비롯한 축구계 인사와 외국 추모 사절들도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빌고 유족을 위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상파울루 시민 마르쿠 아우렐리우(33) 씨는 "아마 브라질 국민 100명 중 99명은 펠레를 축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라고 꼽을 것"이라며 "펠레는 축구를 새롭게 창조해냈고, 브라질을 전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펠레가 곧 축구이자 브라질'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그는 "브라질에 대한 이전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은 인물"이라며 "저는 비록 라이벌 축구팀(코린치어스)을 응원하지만, 제게도 펠레는 레전드"라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들은 조문 대기 줄이 낮 한때 2∼3㎞에 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문은 3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후 펠레의 시신은 산투스 경기장을 떠나 올해 100세인 어머니 집을 잠시 들른 뒤 인근 네크로폴 에큐메니카 공동묘지로 운구돼 안장될 예정이다. 이 묘지에는 펠레의 부친도 잠들어 있다.

네크로폴 에큐메니카 공동묘지는 14층으로 구성된 곳으로, 펠레는 이 가운데 9층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이는 역시 축구 선수였던 펠레의 아버지 돈지뉴가 현역 시절 입었던 유니폼 등번호가 9번이기 때문이다.

또 9층에서는 펠레가 현역 시절 활약한 산투스FC의 홈 경기장이 내다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펠레는 지난달 30일 상파울루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에서 심부전증과 전신 부종 등으로 입원해 치료받다가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대장암 진행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현역 시절 펠레는 국가대표 경기 92경기에 나와 77골을 넣었다. 그의 77골은 현역 선수인 네이마르와 함께 브라질 선수 A매치 최다 골 공동 1위에 해당한다. 특히 그는 1958년과 1962년, 1970년 등 세 차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을 달성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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