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는 보호하고 고릴라는 가둬 놓고'...돈 때문에 엇갈린 운명

정재호 2023. 1. 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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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희귀종으로 꼽히는 메콩 돌고래(이라와디돌고래)와 대형 고릴라가 인간들의 돈 욕심 때문에 엇갈린 운명을 살게 됐다.

메콩 돌고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원하는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을 예정이다.

3일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전날 "메콩 돌고래 서식지 전체를 보호구역으로 전환하라"며 "관련 지원은 중앙정부가 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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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끊긴다" 총리까지 나서 돌고래 보호 
"방생 원하면 11억 내놔" 30년째 우리 갇힌 고릴라
메콩강에 서식하는 전 세계 희귀종 이라와디돌고래의 모습. 크메르타임스 캡처

전 세계 희귀종으로 꼽히는 메콩 돌고래(이라와디돌고래)와 대형 고릴라가 인간들의 돈 욕심 때문에 엇갈린 운명을 살게 됐다. 메콩 돌고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원하는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태국 방콕에 갇혀 있는 고릴라는 관람료를 벌려는 소유주의 욕심으로 생이 끝날 때까지 좁은 우리 안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부가 지원한다" 돌고래 서식지 보호 나선 캄보디아

메콩강에 서식하는 전 세계 희귀종 이라와디돌고래의 모습. 크메르타임스 캡처

3일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전날 "메콩 돌고래 서식지 전체를 보호구역으로 전환하라"며 "관련 지원은 중앙정부가 하겠다"고 발표했다. 총리 지시에 따라 크라티에주(州) 정부는 돌고래가 서식하는 메콩강 180㎞ 일대에 표식을 한 뒤, 해당 구역의 모든 어로 활동을 중단시키고 불법 어업 행위 단속에도 나설 계획이다.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은 지난달 메콩 돌고래 3마리가 그물망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1997년 200마리에 달했던 메콩 돌고래는 현지인들이 메콩강 유역에 대형 그물망을 펼치는 어로 활동을 한 이후 90여 마리까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튀어나온 이마와 짧은 주둥이를 가진 메콩 돌고래는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캄보디아의 대표적 관광상품이다. 훈센 총리 역시 이번 보호정책이 관광산업 보호의 일환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메콩 돌고래는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소"라며 "돌고래를 잃으면 국가의 이익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쇼핑몰 옥상에 갇힌 고릴라… 뒷짐 진 태국 정부

태국 방콕의 A쇼핑몰 옥상 동물원에 30년째 갇혀 있는 대형 고릴라의 모습. SCMP 캡처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캄보디아에서는 메콩 돌고래가 극진한 대접을 받게 됐지만, 이웃 국가인 태국에서는 같은 이유로 한 대형 고릴라가 고통받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태국어로 '작은 연꽃'이라는 뜻의 '부이노이'로 불리는 이 고릴라는 올해로 30년째 방콕의 A 쇼핑몰 옥상 동물원의 우리 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이노이는 현재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으로 시력이 저하돼 앞을 거의 못 보는 상태라고 한다.

부이노이의 처참한 생활을 확인한 국제동물권리 운동가들은 고릴라 방생을 위해 힘을 합쳤다. 운동가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11만7,000여 명이 부이노이의 방생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했고, 이는 태국 정부에 제출됐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최근 "고릴라는 사유 재산으로 국가가 개입할 명분이 없다"고 발을 뺐다.

운동가들은 포기하지 않고 부이노이의 소유주인 동물원에 방생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동물원 측은 "부이노이가 있어 장사가 잘되고 있고, 부이노이 역시 동물원에서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다"며 "그래도 방생을 원하면 3,000만 밧(11억여 원)을 내놓아라"고 응수했다.

운동가들은 현재 대책을 논의하면서도 고민하고 있다. 모금 운동을 하면 3,000만 밧을 구할 수 있겠지만, 희귀 동물을 돈으로 사 방생하는 전례가 남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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