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없이 미래 없다”…‘격식 깬’ 정의선, MZ세대와 소통 신년회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십니까. 떡국도 드셨어요. 나는 떡국을 세 번 먹고 저녁엔 장모님이 김치찌개 끓여줘 잘 먹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 회장이 3일 경기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신년사에 앞서 직원들에 건넨 인사말이다. 정 회장은 이날 회색 바지, 하얀색 셔츠와 푸른색 니트, 운동화를 신고 등장해 격의 없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는 이날 조직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전을 통한 신뢰', '변화를 통한 도약'을 위한 미래 모빌리티 선도 기업으로의 조직문화 개선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소통 강조한 정의선 "솔선수범 하겠다"= 올해 신년회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남양연구소에서 열렸으며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송창현 TaaS본부·차량소프트웨어(SW)담당 사장이 참석해 각각의 올해 사업 방향성을 발표했다. 이후에는 직원들의 질문에 정 회장과 각 사장들이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의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정 회장은 이날 한 직원의 "능동적이고 능률적인 조직문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사일로(소통 단절) 관습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받는 사람은 열린 마음으로 보고를 받는 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정몽구)명예회장에 보고할 때 생각과 결론을 먼저 말하고 그 이유를 말했다"며 "우리는 보고는 되는데 결론이 없다. A·B·C 3가지를 생각을 주고 하나를 고르라 하는데 이런 보고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미래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나도 MZ세대와 같은 때가 있었다. 당시는 쉽게 얘기하지 못하고 경청만 해야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며 "저와 경영진부터 솔선수범 하겠다. 자유롭게 일하는 기업문화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고,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서는 근로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재훈 사장은 직원 개개인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질문에 "(정주영)창업 회장부터 이어진 도전 DNA,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DNA가 있다고 본다"며 "이러한 도전과 변화가 고객에게 신뢰로 다가갈 수 있는 고객 중심의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무엇인가 할 때 현대차다운 우리의 양식이 구체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신년회가 새로운 장소, 새로운 형태로 진행된 것에 정 회장의 도전과 변화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는 평이 나온다. 정 회장은 신년회가 끝난 후 남양연구소 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갖기도 했다.
◇"전자회사보다 더 꼼꼼하게"= 정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전동화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에너지, 신소재 등의 신사업 분야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 전환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보다 완벽한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이어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레벨3) 차량을 출시하고, 북미에서는 레벨4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며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차량을 선보이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프로토타입 기체도 개발해 모빌리티 서비스 프로바이더로서의 리더십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로보틱스 랩, 보스턴 다이나믹스간 협업으로 인간 친화적인 제품 공급의 밸류체인을 완성시켜 나갈 것"이라며 "소형원자로(SMR) 등 에너지 신사업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초고강도 철강제품 개발과 스마트 물류 솔루션 육성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고객의 신뢰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상품의 기획·설계부터 생산·판매·사후관리까지 품질과 고객을 최우선으로 해 고객 만족을 넘어서는 감동을 줘야 한다"며 "안전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외부의 규제 때문이 아니다.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현재 자동차에 반도체 칩이 200~300개 들어가는데 자율주행 4~5단계에서는 2000개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제조사지만 전자회사보다 치밀해지고 꼼꼼해져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 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꼼꼼히 해나가면 어떤 전자회사나 ICT 기업보다 더 치밀한 종합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예측불허한 일이 생기지만 평소에 많이 생각하고 순발력 있게 전개해 나간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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