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덕에 좋은 인연 얻어”…독일 국방장관, 새해맞이 인사 논란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부 장관이 새해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빚었다. 일각에선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1일(현지시간) 본인 인스타그램에 2022년을 결산하면서 새해 인사를 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유럽 한가운데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전쟁은) 내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고, 흥미롭고 훌륭한 사람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해 마지막 날 근무하는 경찰과 군인 등에게 감사하다면서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람브레히트 장관이 인사를 이어나가는 동안 뒤에선 새해맞이 폭죽이 연이어 터지고 굉음이 울렸다.
문제의 영상에 독일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새해맞이 폭죽을 배경으로 한 채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면서 본인의 긍정적인 감상까지 얘기한 것은 무신경하고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야당인 기독민주당(CDU) 소속인 제랍 귈러 연방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새해 전야 폭죽을 배경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연설을 한 건 국방부 장관의 연이은 불쾌한 행위 중에서도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람브레히트 장관이 유임한다면 독일의 명성을 더 훼손할 수 있으니 총리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간접적으로 해임까지 요구했다.
슈테판 비쇼프 녹색당 의원도 트위터에 올라온 람브레히트 장관의 영상을 공유하며 “이게 차라리 딥페이크 영상이었으면 좋겠다”며 “이 영상은 국방부 장관의 정치 스타일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독일 언론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람브레히트는 더는 장관직에 있어선 안 된다”는 신랄한 제목의 논평에서 국방부 장관의 신년맞이 연설은 “전쟁을 흥미로운 직업적 경험처럼 들리게 했다”고 꼬집었다. 슈피겔지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맥락에서 이 동영상은 부적절하고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나아가 “국방 정책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국방부와 군대에 박차를 가하고, 대중의 관심을 군의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지도자를 보고 싶다”며 람브레히트 장관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이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부적절한 대처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1월 그는 우크라이나군에 헬멧 5000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됐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독일은 탄약 등 군수품이 바닥나 문제가 됐는데, 이와 관련해 요한 바데풀 CDU 원내부대표는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방부 장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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