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의 씁쓸한 승승장구, 재능이 면죄부인가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5년 여 전의 일이다. 일부 헐리웃 배우들이 한 감독을 향해 릴레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헐리웃 신성' 티모시 샬라메는 이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걸 후회한다며 "작품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기부 하겠다"고 밝혔고, 그레타 거윅과 콜린 퍼스는 해당 감독과 어떠한 작업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87세 노장, 우디 앨런(Woody Allen)의 얘기다.
헐리웃은 지난 수 년 간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폭력 게이트를 계기로 영화계 내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제고(#미투 운동)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비의 피해자들 중에는 현재는 부와 명성을 쥔 유명 여배우들도 있지만, 이들은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까지 과거의 피해 사실을 주장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켜야 했다. 그 만큼 미국 영화계 내 하비의 영향력이 막대했던 탓이다. 헐리웃 내부가 30년 간 이어진 하비의 성범죄를 인지했으면서도, 침묵의 카르텔로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사실은 세계 영화계에 큰 충격을 선사했고, 영화계는 각국 예술계 인사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우디 앨런의 꼬리표였던 ‘양딸 성폭행 의혹’에 헐리웃 인사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 부터다. 우디 앨런의 입양딸이었던 딜런 패로우는 7세에 양아버지 우디 앨런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우디 앨런의 아내였던 미아 패로우는 딜런 패로우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라며 양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우디 앨런이 62세가 된 1997년, 양딸로 입양했던 한국계 미국인 순이 프레빈과 결혼하자 세간 눈초리는 더욱 의심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우디 앨런은 이 모든 상황을 자신의 ‘악마적 재능’으로 커버해 왔고, 언론은 딜런 패로우의 입증되지 않은 주장 보다 거장의 영화 찬사에 더욱 목소리를 냈다. 사적 영역과 영화는 별개라는 암묵적 합의가 평단과 대중 사이에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 할리웃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디 앨런이 연출한 작품들의 가치는 그대로 인정하지만, 인간 우디 앨런의 명예는 추락해야 마땅하다는 여론이 형성 중이다. 후자의 여론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감독 우디 앨런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헐리웃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다. R&B 팝스타 알 켈리는 미성년자 성착쥐 영상 제작을 만든 사실이 드러나면서 징역 30년 형을 선고,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됐다. 같은 혐의를 받고도 솜방방이 처벌을 받는 한국에 비하면 매우 엄격한 판결이다. 미성년자를 성폭행 한 혐의를 받는 프랑스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의혹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프랑스의 유명 시상식 초청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명성이 추락하고 있다. 우디 앨런부터 알 켈리, 로만 폴란스키까지 사실상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성범죄를 일으킨 문화인에 대처하는 마땅한 기준점이 없다. 배우 이경영은 2001년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으로 처벌을 당한 이력이 있다. 당시 그는 피해자에게 "배우를 시켜주겠다"는 조건으로 성관계를 맺고 3~10만 원 가량의 금전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2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경영은 해당 사건으로 KBS, SBS, MBC 등 지상파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사실상 배우로 휴식기를 가진 적은 없다. 한국 영화계가 그를 꾸준히 불렀기 때문이다. 영화계는 미성년자 성매매로 지상파 출연 금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경영을 껴안았고, 그의 필모는 점차 화려해졌다. 연기라는 재능이 면죄부가 된 셈이다.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도 출연 금지가 해제된 이경영에게 열심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19년 지상파에 복귀한 후 3년 간 무려 11개의 작품에 출연했을 정도다. 올해에는 ‘낭만닥터 김사부3’로 한석규와 재회, 안방을 찾는다.
같은 혐의를 받았던 가수 이수는 어떤 상황일까. 이수는 2015년 1월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3’ 1부 녹화를 마치고 첫 방송일을 앞둔 상황에서 일부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복귀가 무산됐다. 이경영이 지상파 대신 영화계로 눈을 돌려 휴식기를 피했던 것과 달리 이수는 10여 년이 훌쩍 넘게 제대로 된 방송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한국 문화계가 ‘미성년 성범죄’ 이력을 지닌 이들에 대한 마땅한 기준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건 두 사람의 활동 이력만 비교해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이들은 댓가를 치렀고, 영원한 처벌은 부당하다. 그러나 ‘배우’라는 꿈을 이뤄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배우 지망생인 미성년자에게 범죄를 저지른 이경영이 사실상 자숙 없이 십 수년 간 영화, 방송계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어쩐지 씁쓸하다.
한국의 대중은 연예인, 스타들의 일탈에 유독 엄격하다. 때로 지나치게 일방적인 여론이 형성될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적인 한국 연예계에서 이경영은 큰 공백기 없이 승승장구 중이다. 정말 그는 대체할 배우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것일까. 아니면 한국 문화계 인사들이 성범죄에 둔감한 것일까.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DB]
낭만닥터 김사부 | 이경영 |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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