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與野 인사들…소방수는 ‘前 대통령’?
“당심 잡기려 친이계 포섭” “친문계 앞세워 檢 수사 맞서려” 추측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신년을 맞아 여야 지도부 등 유력 인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이들의 시선은 이명박과 문재인, 두 '전직 대통령'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인 김기현·권성동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연말사면으로 출소한 이 전 대통령을 연이어 예방했다. 특히 시사저널의 취재 결과,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얻었다고 평가받는 김 의원은 지난 2022년 12월25일 성탄절에 이어 1일 신정까지 두 차례에 걸쳐 이 전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주재한 신년 인사회에도 불참하고 경남 양산 평산마을으로 내려갔다. 같은 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의 민주당 의원 약 20명도 문 전 대통령을 찾았다.
여야 인사들이 신년부터 전직 대통령들을 찾은 의도는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 인사들이 자신의 '당권'을 사수·쟁취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에게 'SOS'(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전 대통령을 따르는 지지층과 계파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은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부터 '당원투표 100%' 반영으로 룰도 바뀌었다. 당심(당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당권주자들의 이 전 대통령 예방을 통해 옛 친이(친이명박)계를 포섭하고,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까지 공략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당권주자 의원실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들이 다 처벌을 받은 상황에서 당 정통성이 많이 무너졌다"며 "그래도 아직 보수층 내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시선은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중 세 명도 친이계였던 만큼 여전히 당내와 대통령실에는 친이계가 포진돼있다. 그래서 이 전 대통령에게 (당 인사들이) 자연스럽게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기현 의원도 이 전 대통령과 만나 전당대회 관련 논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통합'과 '연대'를 강조하며 "전당대회에서 열심히 해보라"고 덕담도 전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의원실 관계자는 "당심을 잡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과거 인연 등 인간적 측면에서 간 것도 있다"며 "정치적 의도만 있었으면 김기현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의 예방 사실을 언론에 미리 흘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핵관'으로 통하는 권성동 의원도 지난 2022년 12월28일 이 전 대통령의 퇴원 길을 옆에서 지켰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친이계 핵심이기도 한 권 의원에게 "국회에서 역할을 잘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권 의원실 관계자는 "전당대회랑 연결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전했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에게 전방위 압박을 받으며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리스크를 극복한다면 차기 총선 준비를 위한 발판으로 마련할 수 있다. 다만 극복하지 못한다면 당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심각한 내홍으로 빠질 수도 있다. 지금도 당 일각에선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을 포섭하겠다는 의도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문 전 대통령까지 만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당내 인사들을 결집시켜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맞서려 한다는 의심어린 추측도 제기된다. 실제 문 전 대통령도 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 중심으로 노력하라'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민주당 소속인 천정배 전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친문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의도가 뭐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의 결집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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