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도 명당 있다? 美·中이 그 넓은 달에서 땅 놓고 다투는 이유
빌 넬슨 NASA 국장은 1일 미국 정치전문 뉴스사이트인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이 먼저 달에 도착해서는 “꺼져. 우리가 먼저 왔고, 여긴 우리 땅이야”이라고 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ㆍ중이 “우주 경쟁(space race)을 벌이는 것은 사실(a fact)”이라며 ““중국인들이 과학 연구를 위장해 달에 가지 않게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넬슨 국장은 컬럼비아 우주왕복선을 탔던 우주비행사 출신이자, 2019년까지 플로리다주의 연방 상원ㆍ하원의원(민주)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작년에 여러 차례 달에서의 중국 위협을 언급했다.
하지만, 달의 표면적은 3780만 ㎢에 달한다. 미국(983만㎢)과 중국(959만㎢) 두 나라의 육지 면적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넓은 ‘땅’에서 왜 두 나라가 굳이 ‘내 땅, 네 땅’ 다툴 수 있는 것일까.
바로 두 나라가 이번 ‘우주 경쟁’에서 먼저 착륙해 기지를 만들려는 곳이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서도 남극의 특정 지역으로 좁혀지고, 일부는 겹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전세계 양대(兩大) 우주 수퍼파워다. 미국이 하는 화성ㆍ달ㆍ소행성ㆍ우주정거장 등 우주 탐사 프로그램은 중국도 모두 하고 있거나, 곧 한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지구에서 불과 38만4000㎞ 떨어진 달에 대한 탐사 로드맵은 시기적으로 매우 겹친다.<아래 표>
미국은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Artemis) 3단계’인 2025년 말까지, 중국은 2020년대 말까지 우주인이 직접 달에 착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달에 기지를 건설하려면 우주인이 직접 가거나 로봇, 자율주행 로버(rover)들이 먼저 가서 자재를 옮기고 지상 모듈을 자동으로 조립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현재 달 착륙선이 없다. NASA는 작년 11월에 ‘아르테미스 1단계’로 무인(無人)우주선인 오리온 캡슐을 달 궤도로 보냈지만, 이를 탑재해서 발사한 역사상 최강의 발사체라는 SLS(Space Launch System)는 1회용 로켓이었다.
SLS의 용도도 오리온 캡슐을 달의 중력이 끌어당기는 천이 궤도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었다. 달에 이ㆍ착륙하려면, 지구의 6분의1에 해당하는 달의 중력을 견딜 우주선이 별도로 필요하다. 1969~1972년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에서도 별도의 이ㆍ착륙선이 있었다.
NASA는 2021년 4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와 ‘스타십’ 착륙선 제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작년 말로 예정됐던 ‘스타십’의 궤도 시험 발사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NASA로서는 이제 와서 달 착륙선을 다른 민간 기업에 의뢰하기는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에선 예정대로 2025년 말까지 여성 우주인과 유색 인종 우주인 등 2명을 반 세기만에 달 표면에 착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고 한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은 그동안 계속 연기됐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작년 오리온 캡슐의 달 궤도 탐사는 2016년에 이뤄져야 했다.
미국으로선 바짝 뒤를 쫓는 중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또 현재 달의 이면(裏面)에서 활동 중인 무인 로버는 중국의 유튜(玉兎ㆍ옥토끼)-2가 유일하다. 중국은 달에 원자로를 설치해서, 국제달연구기지와 로버(rover)를 비롯한 각종 우주 장비에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빌 넬슨 NASA 국장이 더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두 나라가 노리는 착륙 후보지가 겹친다는 것이다.
NASA는 작년 8월, 유인 우주선이 착륙할 달 남극의 후보지 13곳을 발표했다. 각각 가로ㆍ세로 15km인 지역으로, 달의 남극점에서 위도(緯度) 6도 내에 위치한다.
그런데, 2026년 중국의 창어 7호의 무인 착륙선이 내리려고 하는 후보지 10곳도 이 지역에 있다. ‘섀클턴(Shackleton)’ ‘헤이워스(Haworth)’ ‘노빌(Nobile)’ 충돌구는 두 나라가 겹친다.
두 나라 모두 고도가 비교적 높아 태양빛이 잘 비치면서, 동시에 1년 내내 응달이 질 정도로 깊은 충돌구가 가까이 위치한 곳에 착륙해서 기지를 건설하려고 한다. 달의 남극에 위치한 이런 깊은 충돌구에는 얼음이 있는 것이 이미 확인됐다. 물이 있으면, 우주인의 생활에 필요한 산소와 각종 우주 장비에 쓸 수소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져, 두 나라는 모두 달 남극의 깊은 충돌구 옆을 선호한다.
한편 달표면의 빻은 가루 같은 흙(레골리스ㆍregolith)은 우주선이 이ㆍ착륙할 때마다 엄청난 먼지를 일으킨다. 이미 미국은 아폴로 프로그램 때에 이 레골리스가 가져간 탐사 장비에 쌓이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따라서 우주 탐험에 나선 국가들은 서로 거리를 두고 탐사하는 것이 ‘상도덕(商道德)’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달을 비롯한 우주에 대한 유일한 국제 조약은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은 전인류의 이익을 위해 수행돼야 한다”는 선언적 성격이 강한 1967년의 ‘우주 조약(Out Space Treaty)’이 유일하다.
이런 우주 조약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11월 우주에서 광물ㆍ물ㆍ가스 등의 자원을 채굴한 기업과 국가에게 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상업우주발사경쟁력법’을 제정했다. 우주 개발에서 미국과 미국의 민간 우주 개발 기업들이 누리는 우위를 굳히려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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