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워치]순자산 빠져나간 ETF시장…KB운용만 약진
증시 고전에 인버스 수익률 상승…기술주는 하락
지난해 12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약 3조5000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시장이 기대한 12월 산타랠리는 커녕 오히려 증시가 내리막 계단을 걸으며 상품 성과도 부진하자 순자산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ETF 순자산총액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KB자산운용은 전문 분야인 채권 ETF를 앞세워 순자산을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어려운 증시 상황에서도 인버스 투자자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코스피 지수가 하락할 때 2배의 수익을 얻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는 지난달 수익률 상위 5개 종목을 석권했다. 반면 2차전지, 반도체 등 국내외 기술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12월 ETF 순자산 감소... KB운용은 1조 증가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ETF 순자산총액 상위 8개 운용사의 순자산 합계는 78조237억원으로 전월 대비 4.3% 감소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이 5% 이상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순자산이 유출됐다. 국내 증시 부진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 수익률이 하락했고, 이로 인한 자금 유출이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달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삼성운용의 'KODEX 200'의 순자산은 4842억원 감소했으며, 코스피 및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운용의 'TIGER TOP10'의 순자산은 7205억원 줄어들었다.
순자산총액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NH-아문디자산운용도 코스피 200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에 투자하는 'HANARO 200 TOP10'과 'HANARO 200'의 순자산이 각각 1041억원, 213억원씩 줄어들었다.
전반적인 순자산 감소세 속 KB자산운용이 순자산총액을 17.5%나 늘린 점이 눈에 띈다. KB자산운용의 지난달 말 기준 순자산총액은 6조9645억원으로 지난 11월 말 대비 1조358억원 증가했다.
특히 채권형 ETF 부문에서 선전을 보였다. 'KBSTAR 단기통안채'는 지난달 순자산을 5173억원 모았다. 이 상품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통안증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가격 변동성이 낮아 주식예탁금을 단기적으로 운용할 때 주로 사용한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단기자금 운용 목적으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며 "저렴한 보수, 안정적인 운용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KBSTAR 단기통안채'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존속기한형 채권 ETF도 꾸준히 자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KBSTAR 23-11회사채(AA-이상)액티브'로는 2127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산타랠리 사라져도 웃은 인버스 투자자
지난달 수익률 상위 5개 종목은 모두 코스피 200지수가 하락할 때 2배의 수익을 얻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였다. 지난달 국내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인버스 상품들이 대거 순위권에 오른 모습이다.
코스피 200 인버스레버리지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KBSTAR 200선물인버스2X'로 14.1%로 집계됐다. 다음으로는 'TIGER 200선물인버스2X'(14%), 'ARIRANG 200선물인버스2X'(13.9%), 'KOSEF 200선물인버스2X'(13.7%), 'KODEX 200선물인버스2X'(13.5%)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익률 최하위는 'TIGER KRX2차전지K-뉴딜레버리지'로 -32.6%의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주 주가가 급락한 영향이다. 올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와 테슬라 주가가 큰 폭 하락한 것이 원인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는 미국 기술주에 투자하는 ETF들이 뒤를 이었다. 나스닥 지수를 필두로 반도체주, 전기차주의 주가가 급락한 영향이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이 27%의 손실을 기록하며 수익률 하위 2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25.5%), 'KODEX 미국클린에너지나스닥'(-22%),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20.4%) 순으로 나타났다.
한·중 공동개발 지수 기반으로한 ETF 출시
지난달에는 한국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가 공동 개발한 KRX CSI 한·중 반도체지수, KRX CSI 한·중전기차지수를 활용한 ETF가 4종 상장했다.
KRX CSI 한·중 반도체지수는 한국과 중국 반도체 산업 설계·제조·응용 등 밸류체인 전반에 속해 있는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15종목을 골라 총 30종목으로 구성했다. 국내 기업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중국 기업중 칭화유니그룹, SMIC 등이 들어갔다.
KRX CSI 한·중전기차지수도 마찬가지로 전기차 완성업체와 배터리 생산·소재·충전설비 등 업체 중 시가총액 상위 15종목씩 선정해 총 30종목으로 구성했다. 삼성SDI, LG화학, 현대차, 기아와 CATL, BYD 등이 편입 대상이다.
종목명은 'KODEX 한중반도체(합성)', 'TIGER 한중반도체(합성)', 'KODEX 한중전기차(합성)', 'TIGER 한중전기차(합성)'으로 미래운용과 삼성운용에서 출시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지만, 보수는 미래에셋운용이 더 저렴하게 책정했다. TIGER 한중반도체(합성), TIGER 한중전기차(합성)의 총보수는 0.35%로 KODEX 한중반도체(합성), KODEX 한중전기차(합성)의 총보수 0.45%보다 0.1%포인트 낮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도 1종 더 늘어났다. 신한자산운용은 'SOL 24-06 국고채액티브'를 출시했다. 존속기한을 1년6개월로 맞춰 기존 상장된 만기 1년, 2년, 3년, 10년과 차별화를 뒀다.
시장대표지수인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ETF도 추가됐다. 우리자산운용이 'WOORI 200'을 준비했으며, 월분배 상품으로 만들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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