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 명백한 적, 전술핵무력 강화 천명"은 북 지도부 위기감 표출

통일부 "북 전원회의 '우상화' 방점...적대 노선 고수 전망"
미국 내 탈북민들 “북한 주민들, 새해에 희망 잃지 말고...진실의 정보 전달되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틀째인 27일 보고를 통해 내년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파이낸셜뉴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1일 김정은이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전술핵무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제하는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 준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이어 이런 상황은 “핵탄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기본중심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들은 또 새해를 맞아 600mm급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신규 생산 배치했다며 그가 행사 연설에서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노골적 위협적 언사에 대해 김정은과 지도부의 위기감을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의하면 이에 대해 같은 날 한국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 지도부가 느끼는 위기감을 표출”한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원은 이날 “국가존망을 판가리하는 위험천만하고 급박한 고비들” “10년 투쟁과 맞먹는 힘겨운 곤난과 진통을 인내” 등의 표현은 북한 정권이 직면한 위기감을 표출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또 '미국의 위협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남한의 도전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군사적 수단을 구체적으로 많이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경제 정책에 관해서는 과거로 돌아가는 퇴행적 움직임으로 풀이했다.

연구원은 북한은 “자립·자력의 원칙하에 1960~70년대와 같이 사상투쟁, 대중운동을 통해 경제 등 내부적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복고적, 퇴행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통일부도 이날 주민들의 어려운 삶을 외면한 채 핵무기로 같은 민족을 위협하는 북한 정권의 태도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당 전원회의 결과는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결속에 방점을 찍혔다"고 평가하고 대남, 대미 적대 정책을 노골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통일부는 “북한은 2023년 새해를 맞아 잘못된 길을 고집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 공동 번영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경제와 민생 분야에 대해서는 "가시적 성과가 부재하고 현실적 대안도 없음을 사실상 자인했다"며 경제 분야 언급을 대폭 축소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 사는 탈북민들이 미국에서 인간다운 삶을 회복한 것에 감사하다며 열심히 일하면 그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북한에도 세워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탈북민은 김정은 독재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 기대도 하기 힘들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북한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탈출한 뒤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방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갈렙 씨는 "미국에 살지만 항상 고국에 대한 마음이 점점 더 짙어지는 것 같다"며 "현재 절망적인 것보다 희망이 없을 때가 더 어려운 것은 같다. 그래서 희망을 품고 열심히 목표를 세워 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새해를 맞아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탈북민으로 미국에 입국한 뒤 지금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한 가정의 아내이자 두 자녀의 어머니로 사는 데보라 씨도 최근 “김정은이 쏘는 많은 미사일과 노예처럼 사는 주민들의 모습이 교차해 화가 나고 씁쓸하다”며 "희망을 잃지 마시고 꼭 빛을 보리라. 조금이라도 변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중에는 큰 변화가 생겨 그 땅이 열릴 수도 있다. 절대로 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2009년 북한에서 탈출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김두현 씨는 북한의 사정을 잘 알기에 주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기가 무척 힘들다며 "김정은은 더 악독하게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있어서 북한 정권에 일말의 기대를 갖기 힘들다. 또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한 주민들의 삶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쌀과 의약품도 중요하지만 진실을 아는 정보의 힘이 매우 중요하다며 새해에는 북한 주민들이 정보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우리 학생소년들에게 한량없는 사랑과 은정을 베풀어 주었으니 어찌 뜨거운 것이 격랑치지 않으랴"라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일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 대표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