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공격에 "러 신병 400명 폭사"···"사령부 뭐했냐" 분노

새해 전야 동부 도네츠크 러군 숙소 공격
미제 하이마스 날아들어···탄약 유폭에 피해 ↑
최소 수십~수백 사상 피해 '이례적 인정'
국영 언론은 ”병사 휴대폰 사용 탓“ 주장
러 내부에서 ”군의 실수를 떠넘기지 말라“ 반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주택 지붕들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한편,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숙소를 포격해 63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새해 전야에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군 점령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러시아군 63명 이상이 폭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일 공습 기준 최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러시아 내에서는 탄약과 병사 숙소를 함께 배치해 인명 피해를 키운 군 상부를 향한 지탄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임시 숙소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미사일로 공격해 63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6발의 하이마스 미사일 가운데 러 방공망이 요격한 2발을 제외한 4발이 병사 600여명이 주둔하던 전문기술학교 건물에 떨어졌다. 외신을 종합하면 공격은 지난달 31일~이달 1일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사망자 대부분이 동원령으로 징병된 신병이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실제 사망자가 최대 4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도 성명을 내고 "12월 31일 도네츠크 마키이우카에서 최대 10대의 다양한 적 장비가 파괴되고 손상됐다"며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이번 공습은 러시아가 이례적으로 자국군의 손실을 공식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단일 공격 기준 최대 병력 손실로 추정돼 주목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4월 수 백명의 러시아군이 탑승했던 순양함 '모스크바' 함선이 침몰했을 때도 당국이 인정한 사망자는 1명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 통신은 이날 마키이우카 공습의 원인으로 러시아 군인들의 빈번한 휴대폰 사용을 지목했다. 통신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RR) 사법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잠정 조사에 따르면 군인들의 빈번한 핸드폰 사용이 하이마스 공격의 원인이 됐다. 적은 첩보체계 '에셜론'(ECHELON)을 이용해 핸드폰 이용 정보와 가입자들의 위치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 내부에서는 이같은 보도가 공습 피해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되레 군사령부를 향한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병사 숙소와 같은 곳에 탄약을 보관하는 실수를 저질러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인 군 전문 블로거 이고리 기르킨은 "사상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며 “러시아가 하이마스 사정권에 인력과 장비를 함께 배치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학교 내 탄약 등이 미사일 공습으로 폭발해 완전히 잿더미가 된 건물 잔해가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60명이 넘는 인명 피해는 러시아 내 전쟁 지지자들로부터 즉각적이고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며 "군이 병사들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가 군사 전문 블로거들을 넘어 (러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렘린궁과 동일한 입장을 취해오던 일부 러시아 의원들조차 이례적으로 사령관 측 과실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 상원의원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참사에 책임이 있는 모든 군 관리들에 대한 형사 기소를 요구하며 "보호받지 않은 건물 안에 수많은 병력을 밀집시켰다. 분명히 정보, 방첩, 방공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