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총기규제 강화…보우소나루 흔적 지우기 시동
12년 만에 대통령직에 복귀한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전임자인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브라질 일간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2일(현지시간) 룰라 대통령이 전날 취임하자마자 전임 보우소나루 대통령 시절 완화됐던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브라질에는 총이 더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평화와 안전을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에서는 2일부터 장전된 총을 휴대하거나 총기 클럽에 신규 가입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총기 면허 발급 요건이 강화되고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총기의 숫자가 6정에서 3정으로 축소됐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총기규제를 완화하면서 브라질의 등록 총기 숫자는 2019년 130만정에서 2021년 230만정으로 7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반기면서도 이미 크게 늘어난 총기 숫자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룰라 정부는 향후 60일 이내에 총기규제와 관련된 새 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은퇴한 엔지니어인 프란시스쿠 쿠스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2년 전 농장을 지키기 위해 총기를 샀다며 “나는 그 누구를 위해서도 결코 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중부 고이아니아시에서 총기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구스타부 헤젠지는 “총을 원하지 않는다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는 내 가족을 지킬 권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룰라 정부는 경제 영역에서도 전 정부 흔적 지우기를 시작했다. 취임 첫날 룰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정부가 시행했던 대기업 감세안을 폐지하고, 전 정부가 검토했던 국영석유회사 및 국영 우편서비스 민영화 방안 연구도 중단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3~2010년까지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중남미의 대표적 좌파인 룰라 대통령이 극우 성향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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