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국 좌파 ‘법 적대적 속성’의 비극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 뜻밖
이재명 상황 예행연습 의구심
극단적 좌파는 法을 타파 대상
北은 적대분자 준동 진압 수단
野 우기기 행태는 기이할 지경
법치 방어기제 작동 과소평가
집안에 현금 3억여 원을 숨겨 뒀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 연말 국회에서 부결됐다. 지금까지 제21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이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모두 가결된 점과 크게 대비된다. 아마도, 이재명 대표 구속 상황이 다가옴에 따라 미리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예행연습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범죄 피의자가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일단 혐의를 부인해 없던 일로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어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나오는데도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자해에 가까운 행동이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긴커녕 끝까지 잘했다고 우기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법원은 형량을 높일 수밖에 없다.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가 실제로 나타나는 원인 가운데 일부가 바로 이런 피의자(피고인)의 태도에 연유한다. 제대로 된 변호사라면 혐의 부인이 가능한지를 먼저 짚어보고 아니라고 판단되면 철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이끌게 마련이다.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는 충격에 휩싸여 변호인을 선임한 뒤 시키는 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자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 같은 일은 사법 시스템 내에서 비일비재하다. 그러니까 세련된 모습을 위해 돈을 들이는 것이다. 큰 틀에서 유전무죄 현상은 이렇게 발생한다.
그런데 유독 민주당 쪽 인사들은 아무리 명백한 증거가 제시돼도 끝까지 사건이 조작됐다고 우기는 태도를 보인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서 시작된 이 흐름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사법제도 위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선언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당연히 좌파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면 법과 제도를 바라보는 이런 좌파적 시각은 조국 사태와 함께 시작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사유 방식이 조국 사태를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낸 경우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이해가 맞는다고 하려면 일단 민주당이 좌파 정당이어야 한다. 현재의 제1야당은 해방 이후에 친일 지주 세력과 민족주의 우파 세력이 규합해 만들어진 한민당을 뿌리로 한다. 태생만 보면 좌파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원래 우파 정당이었더라도 특별한 계기 때문에 당의 속성 자체가 좌파로 거듭날 수도 있다.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90년에 있었던 3당 합당과 그 이후의 상황 전개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에 합당을 거부하고 잔류한 평화민주당이 이후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집권 과정에서 좌파 성향의 운동권 세력을 대거 흡수했다. 이를 통해 본질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좌파적 성향이 상당히 강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모여 있는 인사들의 이념적 색채가 너무 다양하기에 ‘좌파’ 정당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보다는 ‘좌파적’ 정당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실제로, 이들은 법질서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좌파적이다. 극단적 좌파는 법을 자본가 집단의 계급 지배 도구로 본다. 그래서 좌파는 법체계에 대해 적대적이다. 현재의 민주당도 좌파적 정당으로서 법질서 자체를 타파의 대상으로 삼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검찰을 활용해서 적폐청산에 온 힘을 다 기울였다. 그러다가 검찰이 정권 실세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려 하자 이번에는 검찰을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결국,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버리는 입법적 시도까지 했다. 자신들의 적(敵)을 제거할 때는 활용할 가치가 있지만, 이를 넘어 법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되면서 독자적인 정당성과 존재 이유를 확보하게 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조국에서부터 이 대표까지 좌파 법률가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법체계가 좌파 집단의 이익을 수호하는 역할에만 머무르게 하려 한다는 점이다. 형사법의 기능을 ‘반혁명 적대 분자들의 준동을 진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 형사소송법 교과서의 태도와 본질에서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철저하게 좌파적 시각에서 법질서를 유린하려 하니 법질서가 스스로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상황이다. 이 땅에 법치주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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