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명가·대작 뮤지컬···팬데믹 빠져나온 공연계, 새해 ‘잔칫상’ 같은 무대 펼친다
지난해 팬데믹의 터널에서 서서히 빠져나온 공연계가 올해 더욱 풍성한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클래식 분야에선 국내 간판급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공연은 물론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해외 명문 악단의 내한 공연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린 뮤지컬 업계는 새해에도 대작들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연극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빨간 지붕’ 극장(백성희장민호극장·소극장 판)은 올해 관객과 이별을 고한다.
츠베덴, 서울시향 ‘조기 등판’…3색 ‘지휘 빅매치’ 시작
국내 대표적 오케스트라인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이달 정기공연을 시작으로 2023년 시즌을 시작한다. 서울시향은 2024년에 공식 취임하는 차기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이 이달 첫 정기공연으로 앞당겨 등판한다. 오는 12~13일 예정된 서울시향의 첫 정기공연은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오스모 벤스케 전 음악감독이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을 연주할 예정이었지만, 벤스케의 낙상 사고로 지휘자가 변경됐다.
츠베덴은 7월과 11월, 12월에도 네 차례 서울시향을 지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5년 임기를 앞당겨 시작하게 됐다. 츠베덴은 현재 뉴욕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다. 첫 연주회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시작으로 올해 베토벤 교향곡 7·9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4·5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등을 지휘한다.
KBS교향악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초 취임한 음악감독들이 임기 2년차를 맞았다.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은 오는 28일 말러 교향곡 5번을 시작으로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월튼 교향곡 1번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KBS교향악단의 계관 지휘자로 위촉된 정명훈도 9월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지휘한다.
지난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다비트 라일란트는 12일 시즌 오프닝 콘서트를 시작으로 8번의 공연 중 6차례 무대에 선다. 베를리오즈, 프로코피예프, 차이콥스키 등 여러 작곡가들의 선율로 되살아난 ‘로미오와 줄리엣’을 차례로 연주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마시모 자네티의 임기가 끝나 음악감독이 공석인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올해 여섯 차례의 정기연주회를 성시연·최수열·김선욱 등 국내 지휘자와 꾸린다. 양인모·에스메콰르텟·손민수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RCO·베를린필…‘클래식 명가’ 내한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탓에 한국을 찾는 해외 아티스트들이 많지 않았다. 하반기부터 서서히 시작된 ‘내한 러시’는 올해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줄줄이 미뤄졌던 공연들이 재개된다.
포문은 3월에 475년 역사의 독일 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연다. 악단의 오랜 역사에서 처음으로 수석 객원 지휘자로 이름을 올린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는다. 3월3·5일 열리는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하고, 7~8일 양일간의 공연에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1~4번)을 들려준다.
이어 △3월 밤베르크 심포니(야쿠프 흐루샤 지휘·김선욱 협연) △4월 브레멘 필하모닉(마르코 레토냐 지휘·임지영, 문태국 협연) △5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필립 헤레베헤 지휘),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구스타포 히메노 지휘·한재민 협연) △6월 로테르담 필하모닉(라하브 샤니 지휘·김봄소리 협연), 루체른 심포니(미하엘 잔데를링 지휘·임윤찬 협연) △9월 도이치방송교향악단(피에타리 잉키넨 지휘·손열음 협연) △10월 런던 필하모닉(에드워드 가드너 지휘),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파보 예르비 지휘), 오슬로 필하모닉(클라우스 미켈라 지휘·재닌 얀센 협연) 공연 등이 이어진다.
11월에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성찬과 같은 무대가 잇달아 펼쳐진다. 세계 최정상급 악단인 빈필하모닉과 베를린필하모닉,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같은 달 한국 무대를 두드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한하는 빈필은 러시아 출신 투간 소기에프 지휘로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 브람스 교향곡 1번 등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랑랑이 생상스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루이지가 지휘봉을 잡는 RCO는 11월11~13일 중 서울 롯데콘서트홀, 키릴 페트렌코가 이끄는 베를린필은 11~12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세계 최고의 악단’ 칭호를 두고 순위를 다투는 두 악단이 같은 날 서울에서 연주회를 여는 셈이다.
2008년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에서 RCO는 베를린필(2위), 빈필(3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RCO는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 베를린필은 조성진(12일 공연)이 협연자로 나선다. 같은 달 내한하는 뮌헨필하모닉은 정명훈의 지휘로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협연한다.
새해 한국을 찾는 연주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전설의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내한 공연이 4월 예정돼 있다. 올해 81세인 폴리니는 당초 지난해 첫 국내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었으나 건강 문제로 취소됐다. 루돌프 부흐빈더는 6월28일부터 7월9일까지 7번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을 모두 연주하는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2월)·브루스 리우(3월)·율리아나 아브제예바(5월)·유자 왕(11월)·이고르 레비트(11월)·비킹구르 올라프손(12월)·랑랑(12월),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5월)·랜들 구스비(6월) 등도 한국 무대에 오른다.
해외 발레단과 무용가들도 한국 무대를 두드린다. 세계 정상급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가 30년 만에 내한한다. 1841년 초연한 발레단의 가장 상징적인 레퍼토리인 <지젤>을 3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한다. 프랑스 모던 발레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렐조카쥬 발레는 <백조의 호수>를 6월 같은 공연장 무대에 올린다. 유럽에서 주목받는 안무가 샤론 에얄과 다미안 잘레의 안무작을 선보이는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공연도 5월 예정돼 있다.
‘호황’ 맞은 뮤지컬계, 대작들 출격 준비···국립극단은 ‘굿바이 서계동’
뮤지컬 장르에선 고전 명작부터 창작 뮤지컬까지 다양하게 무대에 오른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인 <오페라의 유령>이 3월 부산과 7월 서울에서 막을 올린다. 13년 만에 성사된 한국어 공연으로, 조승우·최재림·전동석 등 스타 배우들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0월 공연하는 <레미제라블>도 기대작 중 하나다. 2012년과 2015년 한국어 라이선스로 선보였던 공연으로 캐스팅은 추후 발표된다.
이 밖에 뮤지컬 <레베카> <맘마미아!> <시카고> <렌트> <모차르트!> <몬테크리스토> 등도 다시 관객과 만난다. 공연제작사 쇼노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멤피스>(7월), 미국 9·11테러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11월)를 라이선스 공연으로 초연한다.
첫선을 보이는 창작 뮤지컬들도 대기 중이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세계 초연으로 선보이는 <베토벤>이 12일 개막한다. 박효신·옥주현·박은태·카이 등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신시컴퍼니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국내에서 활약한 걸그룹들의 명곡을 재현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시스터즈>를 박칼린의 연출로 9월 처음 선보인다. 일본 유명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EMK뮤지컬컴퍼니 제작)도 12월 처음 관객과 만난다.
국립극단은 <만선>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관객들에게 사랑받아온 레퍼토리를 비롯해 ‘기후위기와 예술’을 주제로 한 창작극, 해외 신작까지 11개의 작품을 2023년 시즌 선보인다. 올해는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이 운영되는 마지막 해로, 하반기부터 서계동 부지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온 복합문화시설 건립이 시작된다. 국립극단은 상반기 2개 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뒤 하반기에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소극장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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