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 각본에 감독까지…‘더 퍼스트 슬램덩크’ 탄생기 [일문일답]
일본 레전드 만화 ‘슬램덩크’가 신작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돌아오는 가운데 원작자이자 영화판의 극본과 감독까지 맡은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누적 발행부수 1억2000만 부를 돌파한 레전드 베스트셀러 ‘슬램덩크’의 신작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샤)에서 연재된 만화 ‘슬램덩크’는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 없는 풋내기 강백호가 북산고교 농구부에서 겪는 성장 스토리를 그렸다. 국내에서도 2001년 완전판을 비롯해, 2018년 신장재편판까지 시리즈 누계 발행부수 1500만 부를 돌파했다.
영화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더욱 기대를 모으는 포인트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가 극본과 감독까지 맡았다는 것. 과거 비디오판에서 강백호를 목소리 연기했던 강수진 성우가 이번에도 같은 역을 맡아 20여 년만에 강백호와 재회하게 됐다. 서태웅, 송태섭, 정대만, 채치수 캐릭터에는 새로운 성우가 기용돼 신용우, 엄상현, 장민혁, 최낙윤이 캐스팅됐다. 강백호의 친구이자 백호 군단의 멤버 이용팔 역으로는 배우 고창석이 특별 출연했다. 이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인터뷰 일문일답.
Q.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어떻게 시작됐나.
A. 제작 오퍼는 10년 이상 전부터 받았다. 파일럿 영상을 만들어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다만 짧은 영상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힘든데도 계속해서 제안해 주신 제작진의 열의를 느끼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결정한 건 2014년이다. 결정적인 요소는 파일럿 영상의 ‘얼굴’이었다. 강하게 호소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든 분의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 기술이나 영상의 퀄리티보다 열의나 영혼 같은 감정적인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애니메이션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농구 장면의 CG는 10명이 코트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그리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에 채택한 것이다.
Q. 시작부터 직접 각본까지 담당할 생각이었나.
A.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OK’라고 대답한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내가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파일럿 필름을 보고 ‘여기는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슬램덩크’를 영화화한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관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게 작품에 도움이 되고 독자들도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가장 컸다.
Q. ‘관여한다’와 ‘감독을 한다’는 무게감이 다르지 않나.
A.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도달한 결과이지만, 영화 제작에 관해서 초보자인 내가 ‘감독을 하겠다’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의 만화가 활동으로부터의 경험 덕분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만화전’(2009~2010년 일본 전역 순회하며 열린 이노우에 다케히코 전시회)을 진행할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전시회 관련해서는 초보자로 현장에 들어갔다. 아마추어인데도 중요 인물로 관여했던 수차례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그림이 그대로 움직이는 듯한 영상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A. 마음속에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라는 이미지는 있어도 그 경험이나 지식은 없었다. 대강의 이미지를 제시하면 그것을 경험이 많은 스태프들이 ‘이런 느낌 아니냐’라고 해석하거나 전달해줬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여기가 골이다’라는 한 점을 향해 돌진한 게 아니라, 함께 쌓아 올라가며 최종적으로 ‘도달했다!’라는 느낌으로 완성했다.
Q. 농구 경기 장면을 그리는 데 특히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A. 굉장히 세세한 부분이지만 발을 밟는 방법이나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하러 갈 때의 약간의 타이밍 등 나 자신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농구다움’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다 농구를 해본 사람이 아니라 그런 뉘앙스를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는데, 제작진들이 실제로 농구를 배우러 가서 직접 플레이를 해봤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바라건대 아직도 농구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번 작업에 질려 ‘이제 농구는 쳐다보기도 싫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이라는 점에 놀란 팬들도 많았을 것 같다.
A.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
원작에서 캐릭터의 가족 이야기는 잘 그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가 상당히 깊게 그려졌다. 연재할 때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시야가 넓어졌고 그리고 싶은 범위도 넓어졌다. ‘슬램덩크’를 그린 이후, ‘배가본드’나 ‘리얼’을 그려온 것도 영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에서 그린 가치관은 굉장히 심플한 것이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관련된 이상, 원작을 그리고 난 후에 알게 된 것 ‘가치관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어도 그 사람 나름의 답이 있다면 괜찮다’라는 관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Q. 마지막으로 ‘슬램덩크’ 팬분들께 전하는 메시지는.
A.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슬램덩크’를 만들었다. 만화는 만화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는 영화로, 새로운 하나의 생명으로 만든 작품이다. 결국 뿌리는 다 같고, ‘슬램덩크’를 이미 알고 있더라도, ‘이런 슬램덩크도 있구나’라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오는 1월 4일 극장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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