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권 이래 새해 앞두고 국내외적 고립 가장 심해져

강영진 기자 2023. 1. 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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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우크라 침공으로 서방과 경제관계 끊어지고
중국·인도는 "패배한 것 인정하라"고 압박
푸틴 러군 무능 해결책 등 대처 능력 상실
러 엘리트들 전쟁 중단과 확전 사이에 분열

[모스크바=AP/뉴시스}러시아 대통령궁이 배포한 사진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저녁 남부군사령부를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하는 장면이다. 2022.12.3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99년 처음 러시아 대통령 대행이 된 이래 지금처럼 고립이 심해진 적이 없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연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방문해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회담할 당시 루카셴코 대통령이 냉소적인 농담을 던졌다. “우리 두 사람 모두 공동 침략자로 지구상에서 가장 해롭고 불량스러운 사람이다. 차이점은 단 한 가지, 누가 더 나쁘냐일 뿐”이라고 했다.

잔인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300일을 넘기는 동안 러시아는 수십 년 동안 구축해온 서방과의 경제관계를 잃고 고립되자 인도,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려고 시도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

소련 국가안보국(KGB) 요원 출신인 푸틴은 옛 친구와 측근들에만 자문을 구하면서 아무도 완전히 믿지 못한다. 러시아 기업인, 당국자, 전문가들은 푸틴과 러시아 엘리트들 다수 사이에 간격이 커지고 있다고 전한다.

러시아 외교관들과 긴밀한 러시아 한 주의 당국자는 푸틴이 “친구를 잃었다고 느낀다. 루카셴코가 진지하게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필요할 때만 푸틴을 만난다”고 말했다.

푸틴은 지난 30일 시진핑 주석과 화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 관계 강화를 강조하려 했다. 그러나 시주석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국제 상황이 복잡하고 상충적”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9월에는 전쟁에 대해 “우려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에 기고한 글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걸 우리도 알고 푸틴도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쟁 초기 러시아 입장을 배려하려던 모습을 보이던 교황조차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을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비유했다.

러시아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는 러시아군 문제에 푸틴이 어떻게 대처할 지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타니아나 스나토바야 선임연구원은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과 확전해야한다는 견해 사이의 대립이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은 지난 연말 고위 군사 지도자들 및 군수산업 당국자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갖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 친정부 언론인들과 일문일답도 가졌다. 이를 두고 러시아 엘리트들은 푸틴 자신도 새해에 어찌 할 바를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최고위 당국자들과 긴밀한 한 러시아 부호는 “푸틴 주변에 불만이 매우 크다. 푸틴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의 러시아 주 당국자는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휴전협상에 나서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하려 시도하는 것”이 푸틴의 유일한 계획인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푸틴은 최근 연이은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나서면서도 성탄절 연설에서 러시아가 휴전협상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그러나 푸틴이 대화를 하겠다는 건 “말뿐일 뿐”이라고 했다.

기업인, 주 당국자, 몇몇 전문가들은 푸틴이 연례 송년 연설과 장시간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이 푸틴이 고립돼 있다는 징후이며 미래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질문을 받기를 꺼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연말 기자회견은 전사자가 집중된 러시아 변방 지역의 언론인들이 다수 참석하기 때문에 위험이 크다.

앞의 기업인은 “연설을 하려면 계획이 있어야 하지만 없다.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푸틴은 고립돼 있다. 사람들과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 소수 측근들만 남았고 그마저도 갈수록 줄고 있다”고 했다.

푸틴은 소수 언론인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의회연설 연기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핵심을 모두 언급했으며 “나도, 정부도 반복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변명했다.

푸틴은 전황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 불법 합병 지역 4곳의 상황이 “극도로 어려우며” 러시아 정부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거듭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말해 자신이 전쟁 주도권을 잃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주 당국자는 “며칠이면 끝날 것이라던 전쟁이 10개월이 넘었는데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말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푸틴의 최근 모습이 지쳐 보인다면서 러시아 엘리트들이 대부분 푸틴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엘리트들의 눈에 푸틴은 의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쳐진다. 출구가 없고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전쟁 초기 러시아 중앙은행 자문을 사임하고 출국한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자신의 전 동료들이 “전쟁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 지에 관심이 없다. 러시아가 잘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주 당국자는 “당초 제시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느낌이 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러시아가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입어야 러시아의 생존이 위태로워진다고 지도자들이 생각하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연말 감염 우려를 내세워 러시아 경제인들과 연례 회의를 취소함으로써 자신과 기업인들 사이의 간격이 커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새해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엘리트 내부에 2개의 진영이 형성됐다.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전쟁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여서 전쟁을 멈춰야한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자들과” 확전을 바라는 진영이라고 했다. 확전론자의 대표가 와그너 용병그룹 대표 예프게니 프리고진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푸틴으로선 이처럼 진영이 나뉘는 것이 큰 부담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푸틴에 대한 지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엘리트들은 압도적으로 새해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한 러시아 외교관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동원령이 또 나올 수 있다. 새해 경제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의 측근 중 한 사람인 강경파 세르게이 마르코프도 푸틴이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지난해처럼 군대는 전투를 지속하고 사회는 일상적으로 지속하는 방안과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때 그랬듯이 모든 것을 걸고 승리를 추구하는 방안이다. 당시 전 사회적, 경제적 동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무능을 어떻게 해결할 지의 문제도 남아 있다. 마르코프는 “사실 30만 징집병들에 무기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에게 최신 무기를 어떻게 줄 수 있을까? 푸틴은 이 문제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확전을 주장하는 마르코프에 따르면 푸틴이 빠르게 승리하지 못하면서 인도와 중국의 불신이 커졌다. 그는 “사석에서 그들은 ‘빨리 승리하라. 승리하지 못하면 당신과 관계를 강화할 수 없다. 이기든지 아니면 졌다고 인정하든 하라. 무엇보다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이유로 두 나라가 전쟁 악화를 명백히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한 러시아 외교관 출신은 “핵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모두가 핵전쟁은 극도로 바람직하지 않고 위험하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일부 자유주의적 엘리트들이 종종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지난 연말 러시아 일간지 RBK와 회견에서 러시아 은행 중 한 곳인 오트크리티에의 미하일 자도르노프 회장이 러시아가 소련 때부터 구축해온 서방 시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50년에 걸쳐 시장, 상호경제관계를 구축해왔다. 앞으로 수십 년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인은 전반적으로 러시아 경제계 엘리트들이 “결말이 좋지 못할 것임을 안다”고 전했다. 전 중앙은행 당국자 출신 프로코펜코는 제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 러시아 엘리트들이 상황을 공포스럽게 보고 있다며 “그들이 이룬 것 모두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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