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정의 현장에서]그 많은 교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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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화변기 교체사업 알림이 왔다.
교내 변기 중 22.2%가 화변기인데 이를 양변기로 교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살펴보니 지난해 서울 초·중·고교 1055곳에서 전체 변기의 25%(2만3075개)가 화변기였다.
화변기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아예 용변을 참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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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화변기 교체사업 알림이 왔다. 교내 변기 중 22.2%가 화변기인데 이를 양변기로 교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당황했다. 공공화장실에서도 보기 어려운 화변기가 아직 학교에 남아 있다니. 살펴보니 지난해 서울 초·중·고교 1055곳에서 전체 변기의 25%(2만3075개)가 화변기였다. 화변기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아예 용변을 참기도 한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달에는 냉난방기가 고장 났는데 최대한 빨리 고치겠다는 알림이 왔다. 14년 된 교내 냉난방기가 고장이 잦아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해 교체하겠다는데 이는 올겨울은 이대로 버텨야 한다는 뜻이었다. 세수는 늘고 학령인구는 줄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남아돈다는 얘기가 연초부터 나왔던 터다. 그러나 기자가 직·간접 체험한 현장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22년 8월 기준 전국 시도별 학교 냉난방기 설치 현황’을 보면 전국 1만2241개 학교 중 30년 넘은 냉난방기(1만1550대)를 돌리고 있는 곳이 1521개교나 됐다. 교육부가 정한 교체 주기인 12년을 넘긴 냉난방기도 47만9382대로, 전체의 36.4%였다.
고질적인 과밀 학급 문제는 어떤가. 교육부가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 제출한 ‘2022년 초·중·고교 학생 수별 학급 현황’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과밀 학급은 전국 4만4764곳으로, 전체 23만6254학급의 18.9%였다. 5곳 중 1곳이 과밀 학급이란 얘기다.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81조3000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30년 넘은 난방기에 손을 녹이고 콩나물 시루에서 수업을 받는 이 부조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는 시설 개선 등 필요한 곳에 예산을 쓰려 해도 각종 규제 때문에 어렵다고 말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달 “예산을 석면 제거나 개축 등에 쓰지 못하고 기금으로 적립하는 이유는 공사를 수행할 건축·시설 분야 인력 충원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시설 개선공사는 방학 때 몰린다. 공사 발주도 행정요건을 충족시키는 업체만 대상이 된다. 방학 때 공사 인력을 확보해 시설 개선을 하려면 ‘병목 현상’을 겪는다는 것이다.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견제하는 학교운영위원회도 ‘현실의 벽’을 참작하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학운위에 참여하는 한 학부모는 “낡은 교사에 들어설 때는 예산이 빠듯한가 싶었는데 정작 회의해보면 예산이 새어 나간다는 느낌”이라며 “한 마디 하고 싶어도 행여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아무 말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 정도의 미스매치가 고질적으로 이어진다면 교부금이 왜 제대로 쓰이지 않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적시에, 적소에, 제 목적대로 쓸 수 있도록 걸림돌을 치워야 한다. 초·중등 교부금 잘라다 대학에 올려보내는 촌극 앞에서 얼마만큼 자를지를 두고 또 지리한 다툼을 하기 전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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