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신년사 “위기를 기회로”

박순봉 기자 2023. 1. 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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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 발표한 2023년 신년사에서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은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위한 도약의 한해’로 규정했다. 경기 불황, 고금리 기조, 소비 심리 위축 등 대응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들이 있지만, 오히려 한 발 앞서 나가는 기회로 삼겠다는 취지다.

정 회장은 이날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년회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만에 대면으로 진행했다. 정 회장 외에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신년회가 정 회장이 직원들과 직접 질문하고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신년회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행된 것도 정 회장의 도전과 변화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 회장은 이날 신년회에서 형식과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려고 노력했다. 니트에 면바지 차림으로 나섰고 “1월1일에 떡국 3번 먹어서 저녁에는 장모님이 김치찌개 끓여 주시더라” 등의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언급하며 “우리가 어렸던 시대에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경청만 해야 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대화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1시간 정도 질의 응답 후에 질문이 더 나오지 않자 “생각보다 질문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를 마치고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정 회장은 2023년 경영 상황을 “코로나19 여파에 금리와 물가가 상승하고 환율 변동폭이 커졌을 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며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돌파할 해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이다. 구체적으로는 “전동화, 소프트웨어, 신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기 위해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를 마친 뒤 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5와 EV6를 성공 사례로 들었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전기차 판매 5위권에 진입한 점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성공적인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자율주행 기술 개발, 로보틱스 및 미래 모빌리티 분야 선도 등의 구상도 밝혔다.

정 회장은 신뢰도 강조했다. 고객의 신뢰, 사회적인 신뢰, 나와 내 옆의 동료에 대한 신뢰를 예로 들었다. 기업 문화 제고도 당부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능동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회장은 “나와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해 자유롭게 일하는 기업문화, 능력이 존중받는 일터,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서는 근로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마무리 발언 때 “현재 200~300개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차가 자율주행이 되면 2000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제조회사지만 어떤 전자 회사나 ICT(정보통신기술) 회사보다도 치밀하고, 종합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년회 후 정 회장은 직원들과 단체 사진을 찍었고 개별로 ‘셀카’를 찍어달라는 요청도 응했다. 이후 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떡국을 메뉴로 함께 식사를 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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