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신년사 “위기를 기회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일 발표한 2023년 신년사에서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은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위한 도약의 한해’로 규정했다. 경기 불황, 고금리 기조, 소비 심리 위축 등 대응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들이 있지만, 오히려 한 발 앞서 나가는 기회로 삼겠다는 취지다.
정 회장은 이날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년회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만에 대면으로 진행했다. 정 회장 외에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신년회가 정 회장이 직원들과 직접 질문하고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신년회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행된 것도 정 회장의 도전과 변화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 회장은 이날 신년회에서 형식과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려고 노력했다. 니트에 면바지 차림으로 나섰고 “1월1일에 떡국 3번 먹어서 저녁에는 장모님이 김치찌개 끓여 주시더라” 등의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언급하며 “우리가 어렸던 시대에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경청만 해야 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대화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1시간 정도 질의 응답 후에 질문이 더 나오지 않자 “생각보다 질문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23년 경영 상황을 “코로나19 여파에 금리와 물가가 상승하고 환율 변동폭이 커졌을 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며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돌파할 해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이다. 구체적으로는 “전동화, 소프트웨어, 신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기 위해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5와 EV6를 성공 사례로 들었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전기차 판매 5위권에 진입한 점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성공적인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자율주행 기술 개발, 로보틱스 및 미래 모빌리티 분야 선도 등의 구상도 밝혔다.
정 회장은 신뢰도 강조했다. 고객의 신뢰, 사회적인 신뢰, 나와 내 옆의 동료에 대한 신뢰를 예로 들었다. 기업 문화 제고도 당부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능동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회장은 “나와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해 자유롭게 일하는 기업문화, 능력이 존중받는 일터,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서는 근로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마무리 발언 때 “현재 200~300개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차가 자율주행이 되면 2000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제조회사지만 어떤 전자 회사나 ICT(정보통신기술) 회사보다도 치밀하고, 종합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년회 후 정 회장은 직원들과 단체 사진을 찍었고 개별로 ‘셀카’를 찍어달라는 요청도 응했다. 이후 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떡국을 메뉴로 함께 식사를 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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