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목할 북한 '정주년' 기념일은…2월6일·7월27일·9월9일
핵무력 강화 행보 속 기념일 계기 호전적 분위기 조성 전망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연말 전원회의'에서 올해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이한 몇몇 기념일들을 콕 집어 언급했다. 주로 군 관련 기념일들이 제시되며 북한이 올해 주요 기념일을 계기로 국방력 과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26~31일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국방부문의 과업을 밝히며 "당 제8차 대회와 중요 당 회의들에서 천명된 군 건설 방향에 입각해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과 '일당백' 구호 제시 60돌이 되는 2023년을 공화국 무력의 정치사상적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해, 전쟁 동원 준비와 실전 능력 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앞서 지난해 11월30일 '연말 전원회의' 소집을 예고했던 정치국회의에서는 "2023년은 공화국창건 75돌과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이 되는 역사적인 해"라면서 더 큰 성과를 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올해 정주년을 맞이한 여러 기념일 중에서도 특히 '일당백' 구호 제시 60돌(2월6일),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7월27일), 공화국 창건 75돌(9월9일)을 콕 집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은 이날을 '특별하게' 기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1월에도 '연말 전원회의' 직후 열린 정치국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4월15일) 110주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2월16일) 80주년을 '성대히 경축하자'며 수개월 전부터 행사를 예고했다.
태양절과 광명성절은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기념하는 최대 정치적 명절이기 때문에 올해 기념일과는 사뭇 다른 성격의 기념일로 볼 수 있다. 주로 대외 메시지 발신보다는 내부적인 '경축'에 초점을 맞추는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당백' 구호 제시 기념일은 김일성 주석이 지난 1963년 2월6일 개성 대덕산 해군초소를 방문해 이 구호를 제시한 날을 의미하고, '조국해방전쟁승리'는 북한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인 7월27일을 미국과 싸워 이긴 승리의 날이라는 의미로 '전승절'로 부르는 날이다. 모두 군 관련 기념일인 셈이다.
북한은 올해 국방부문에서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 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수립하고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핵탄두) 보유량 증가 등의 과업을 제시하며 유례없는 핵 위협을 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올해 군 관련 기념일의 중요성과 주목도 또한 커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전원회의에서 예고한 정찰위성 발사,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 개발을 비롯한 핵무력 강화 행보를 이어가면서 이 기념일들을 계기로 여러 방식으로 무력 과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월6일은 열병식 개최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부터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김 총비서 집권 이후 '일당백' 구호제시 기념일에 열병식을 개최한 적이 없지만 항일 활동 등 김 주석의 행적을 부각시키는 최근의 추세와 맞물려 이같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5년 전 55주년 기념일 관련 보도에서도 북한은 "일당백은 인민군의 무적 필승의 강위력한 무기이며 인민군대가 억세게 틀어쥐고 나가야 할 구호"라며 이를 제시한 것은 "우리 혁명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주체 혁명 위업의 믿음직한 군사적 담보를 마련하는 데서 근본적인 전환의 계기를 열어놓은 역사적 사변"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별도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일당백' 구호제시 이틀 뒤인 인민군 창건 75주년(2월8일)도 이어져 이 때가 가장 유력한 열병식 개최 날로 꼽히고 있다.
조국해방전쟁승리 70주년 때도 호전적 '이벤트'가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정주년이 아니어도 거의 매년 이날에 즈음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지난 2017년 7월28일에는 '화성-14형'을 발사했고, 2021년에는 노병대회를 개최했으며 지난해에는 김 총비서가 기념행사 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전멸'"을 언급하며 위협 강도를 높였다.
이른바 '구구절'로 부르는 정권 수립일은 김 총비서가 집권 이후 가장 많은 열병식을 개최한 기념일(총 3회)이기도 하다. 특히 65주년과 70주년 등 정주년에는 빠짐없이 열병식을 열었다. 또 통상 9월은 내부 결속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해 이날 올해 이룬 의미 있는 무력 성과 과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북한이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각종 기념일이 몰려있는 4월의 행보도 주목된다. 올해 4월에는 김 주석 생일 111주년과 김 총비서가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부여되는 당 및 국가조직의 최고직함(4월11일·당 제1비서, 4월13일·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받은 기념일들이 있다. 4월은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예고한 달이기도 해 이와 관련해 이 기념일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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