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용의 화식열전] “규제는 결국 풀린다”…‘부동산 불패’ 계속될까
文정부 이전 상태로 되돌릴 듯
진보 ‘조이고’, 보수 ‘풀고’ 반복
중산층·서민 처분 쉬워지지만
부자엔 우량자산 투자 기회로
“집 값이 양극화 심화 더 키워”
정부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을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할 방침이다. 부동산발 경제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집 값이 급락하면 담보가치도 하락해 가계대출 부실위험이 높아진다. 미분양으로 건설사 경영도 어려워질 수 있다. 규제 완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취득·보유·처분 등 주택거래의 모든 단계에서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대출을 일으켜서 얼마든지 집을 사라는 뜻이다. 지난 정부가 “집은 투자수단이 아니니 두 채 이상은 팔라”고 징벌적 규제로 압박한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규제지역에서 풀리면 대출제한이 완화되고 세금부담이 낮아지며 분양권 전매 등의 거래도 수월하게 된다. 민간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벗어날 수도 있다. 규제가 풀리면 사려는 이와 팔려는 이 가운데 누구에게 더 유리할까? 전문가들은 자산가나 투자자가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대출규제 완화로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져도(50%→70%)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40%)로 소득이 낮은 이들은 한도가 늘어나기 어렵다. 설령 정부가 DSR 규제까지 완화 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를 넘는 상황에서 중산층·서민은 돈을 더 빌릴 여력이 거의 없다.
최근 집 값 하락을 자극한 가장 큰 원인은 금리 상승이다. 현재의 고금리가 꽤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낮아진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고착화되기는 어렵다. 지난 사례를 볼 때 금리가 낮아지면 집 값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정화영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의 자산·부채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나라 가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자산내 실물, 즉 부동산 비중이 높아 집 값이 상승하면 부(wealth)도 빠르게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주목할 부분은 순자산 상위 가구일수록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에 부가 더 빠르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순자산 상위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하위 가구보다 더 낮았다. 소득 보다 자산가격 상승이 부의 변화에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보고서는 우리 가계가 부동산을 부의 증식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 집 값의 가파른 상승은 순자산 상위 가구의 부를 더 크게 늘림으로써 부의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결론내린다. 순자산 상위일수록 실물 보다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주요 선진국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발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규제 완화는 중산층·서민에게는 빚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자산이 많다면 상대적으로 낮아진 기회비용으로 우량 자산을 사들일 기회일 수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이 반등한다면 부자와 중산층·서민 간 자산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여년을 돌아보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며 금리도 낮아져 우리 가계도 차입을 늘렸다. 또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자산가격 상승 기울기가 근로소득 증가 속도를 앞서게 됐다. 진보정부는 규제로 자산가격 상승을 억제하려 했고 보수정부는 규제를 풀어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누리려 했다.
결과는 의도와 다르게 나타났다. 경기가 좋아져 집 값이 오르면 규제가 강화돼 중산층·서민들은 사기 어렵게 됐고 경기가 나빠져 집 값이 내리면 규제를 풀어 자산가들만 사기 쉬워졌다. “모든 규제는 결국엔 풀린다”는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은 ‘가계부채 대국’이란 불명예로 이어진다.
헌법 제35조 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집 값이 반등할 때 중산층·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장치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때다. 징벌적 규제 강화와 특혜적 수혜 방치를 반복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독과 금단 증상을 반복하는 주택문제의 근본 원인 해결에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 교육·직장·문화 격차에 따른 수도권·서울·강남 집중, 세대간 부의 격차로 인한 핵심지역 접근 제한, 고령인구의 지방분산 필요성, 주거와 상업지역의 엄격한 구분, 너무 짧은 아파트 수명의 개선 등 한 둘이 아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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