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있나? 세금 체납은?...집주인도 면접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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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 갚고 전세 주겠다고 해도 싫다는 세입자들도 있어요. 등기 깨끗한 것만 하겠다는거죠. 요즘엔 임차인이 임대인을 고르는 시대잖아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사 대표)
"요샌 세입자 보증금 돌려주려고 집주인이 월세 살러 나가기도 해요." (서울 마포구 아현동 B공인중개사 관계자)
세입자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세입자가 집주인보다 '갑'으로 우뚝 올라섰습니다.
빌라나 중저가 아파트만의 얘기가 아니라 서울의 고가 대단지 아파트도 마찬가집니다.
2일 반포래미안퍼스티지 등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고르는 기준은 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보증금 돌려받을 때 말썽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최근 문제가 되는 빌라처럼 보증금을 아예 떼일 가능성은 적지만 혹여라도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는 등의 일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겁니다.
2년 전만 해도 집주인의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이 있어도 전세계약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심지어 집주인이 대출을 먼저 갚겠다고 해도 세입자가 "찝찝하다"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반포동 A공인중개업체 대표는 "제2금융권 대출을 받은 적이 있으면 '질이 안 좋은 사람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며 "집이 몇 채 있는지,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을 채웠는지까지 묻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드물지만 세금 체납 여부까지 확인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최근 '빌라왕' 등 전세사기 수법이 도마에 오르면서 주택 경매 시 세금체납액을 보증금보다 선순위로 떼 간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A업체 대표는 "잔금 때 국세랑 지방세 체납증명서 요청하는 분도 가끔 있다"며 "예전이라면 집주인이 기분 나빠서 안 했겠지만 지금은 해주겠다는 분도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간신히 새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 돌려주는 게 쉽지 않습니다.
서울 강북권 대장주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지난달 전용 84㎡ 전세가 7억원에 계약됐습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3억원이 떨어진 겁니다.
2년 전 전세계약한 세입자가 계약만료 후 나가려고 하면 집주인은 새 세입자를 들이고도 3억을 추가로 구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마포구 아현동 B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원래 살던 집을 나와 더 싼 전세나 월세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세입자 우위'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92%, 서울 1.22% 떨어져 매주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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