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부터 살펴본 세계사 오디세이…신간 '빅 히스토리'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서기 1세기경에 활동한 로마계 이집트 천문학자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고, 다른 모든 천체가 그 주위를 돈다고 주장했다. 그가 설계한 모형에서 지구 주위를 도는 천체들의 세계는 완벽했다. 그러나 현대 과학에 의해 밝혀진 진실은 달랐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다. 그저 "궤도를 도는 얼음과 먼짓덩어리들이 뭉쳐서 형성된" 우주의 티끌에 불과했다. 우주도 질서 있고, 조화로운 존재가 아니라 계속 팽창하는 불안정한 공간일 따름이었다.
지구사 분야의 석학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매쿼리대 교수와 신시아 브라운 박사 등이 함께 쓴 '빅 히스토리'(원제: Big History: Between Nothing and Everything)는 역사책이다. 하지만 흔히 우리가 읽는 역사적 사건들로 채워진 전형적인 역사서는 아니다. 저자들은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사유를 통해 역사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이를 위해 역사서 등 문헌 연구 방법을 포함해 우주론, 지질학, 생물학, 물리학 등 각종 과학적 연구 방법을 역사 연구에 적용, 우주 탄생부터 현대사까지의 역사를 개괄한다.
우주가 탄생한 순간부터 기술하다 보니 책 내용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저자들은 역사의 분기점이 된 8가지 사건을 추려서 그 핵심만 담았다. '빅뱅: 우주의 기원' '은하와 별의 기원' '화학원소' '행성' '생명' '호모 사피엔스' '농경' '인류세'를 키워드로 저자들은 책을 써 내려간다.
책에 따르면 우주는 138억2천만 년 전 시작됐다. 탄생 후 수십만 년간 우주는 단순했다. 은하도, 별도, 행성도 없었다. 희미한 빛을 내는 '우주배경복사'를 빼면 컴컴했고, 우주 전체의 온도 차도 0.0003℃뿐이었다. 수억 년 뒤에야 비로소 빛이 생기고 최초의 은하가 출현했다.
지구는 45억년 전쯤에 만들어졌다. 달은 화성 크기의 천체와 지구가 충돌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달과 태양의 영향으로 밀물과 썰물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지구 자전주기도 12시간에서 24시간으로 길어졌다. 최초의 생명은 38억년쯤 나타났다. 단세포 미생물로, 연필로 찍은 점에서 약 1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생명은 광합성, 호흡, 유성생식 등의 방법으로 진화를 거듭하다가 약 700만년 전쯤 인간과 침팬지·보노보·고릴라의 공통 조상인 대형유인원이 나타났다. 인류는 수백만년이 흐르는 동안 척추가 곧게 펴졌고, 골반이 좁아졌으며 뇌는 더 커졌다. 팔은 더 짧아지고, 의사소통과 협력 수준이 증진했다. 불과 토기도 활용했다.
애초 인간은 침팬지와 비슷했다. 진화가 많이 진행된 현재도 98.5%나 유전적으로 같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환경에 대한 적응 부분이다.
침팬지는 적도 부근에 머물며 별다른 진화가 없었다. 그러나 인간은 삼림지대에서 해안, 열대 정글에서 툰드라까지 끊임없이 이동했다. 거의 모든 대륙에 자리 잡은 인류 종은 이주할 때마다 새로운 행동과 방식을 창안했다. 협동 능력과 언어 능력, 문화가 발전하면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른 종으로 거듭났다.
"우리 조상들의 독특한 점은 기술이 한정된 다른 종들과 달리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 찾아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에너지와 자원을 점점 통제하기 시작했다."
책은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사를 총동원해 이 세계의 기원을 설명한다. 교과서 같은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2000년대 이후 발견된 과학적 사실까지 담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비슷한 계열이랄 수 있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처럼 스토리텔링이 유려하진 않지만, 다양한 학문을 넘나든다는 측면에서 학문적 스펙트럼은 오히려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책의 부제는 '우주와 지구, 인간을 하나로 잇는 새로운 역사'.
웅진지식하우스. 640쪽. 이한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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