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은 시기상조” 현금 및 우량채에 돈 넣어야…예금이자도 5%가 꼭지
올해도 ‘안전자산’ 위주 투자 권유
주식은 하반기부터 ‘차근차근’
환테크로는 큰 수익 기대 어려워
비중 높아진 예적금 과세도 고려해야
[헤럴드경제=서정은·김광우 기자] ‘상반기엔 예금, 투자는 하반기부터’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리던 돈이 금리 인상과 환율 변동성에 자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끝없이 오르던 자산 가격이 미끄러지고, 대출 이자 부담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면서 ‘빚투자’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렇다고 월급만 모아선 살아갈 수 없는 법, 4대은행 자산관리 전문가인 대표 프라이빗뱅커(PB)들은 올해 재테크 전략을 시점에 따라 달리 짤 것을 추천했다. 당장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본 만큼, 금리 흐름에 발맞춰 상반기엔 이자가 높아진 예적금 등으로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그러다 하반기 금리 불안정성이 해소되면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조금씩 움직일 것을 조언했다. 특히 연초부터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은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올해도 역시 지난해와 같이 예적금이나 우량 채권 위주의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식·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공통적으로 상반기까지는 안전자산에 집중하고, 금리 불안정성이 해소된 하반기부터 주식의 비중을 높일 것을 권유했다. 한수연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PB팀장은 “아직 기준금리 인상이 멈춘 상태가 아니고, 그에 따른 변동성을 쉽사리 예측하기는 힘들다”며 “현재는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예적금이나 우량 채권의 비율을 높인 후 하반기부터 주식 등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적금에 대한 인기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와 같은 쏠림 현상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한수연 팀장은 “지금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4%대 중반인데, 올해 기준금리가 0.5%포인트(p) 더 오른다고 해서, 5% 수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고객들이 느끼는 정기예금 금리 정점은 지난해 10~11월 정도였기에 쏠림 현상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반기부터는 채권의 장점이 극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유소연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 골드PB부장은 “금리가 내년 하반기부터 떨어질 거라는 예측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채권의 수익 매력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유소연 부장은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촉발된 채권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우량 채권을 위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3.5~3.75% 수준에서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소연 부장은 “미국이 현재 5% 초반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발표했는데, 한국의 여력은 3.5~3.75%p 정도가 한계”라고 말했다. 한수연 팀장 또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더 커질 수는 있지만, 환율 안정세 등을 고려했을 때 3.75% 이상으로 높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하락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공통적으로는 올해 상반기까지 여러 거시적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러 시세차 등을 노린 환테크에 대해서는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 힘들 뿐만 아니라, 위험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보미나 신한은행 신한PWM태평로센터 PB팀장은 “1분기에는 변동성이 커, 달러 실수요가 있다면 시세가 다소 빠졌을 때 조금씩 사놓는 것을 추천한다”면서도 “당장 실수요가 아니라면, 변동성이 줄어든 내년부터 다시금 달러 투자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에 대해서는 돌다리도 두드릴 것을 조언하는 의견이 많았다. 유소연 부장은 “3분기 이후 금리인상 속도가 완화될 경우 주식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화될 조짐이 있다”며 “올 하반기 상승 기조로 바뀌었을 때 비중을 늘리는 것을 추천하고, 투자 방식 또한 거치식보다 적립식 주식형펀드로 분할 매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상, 시장위축에 대한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이나 현물 자산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유지할 것을 권유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섭 센터장은 “안전자산 선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기본적으로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을 깔고, 필요한 경우 주식이나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이 포트폴리오 구성상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적금을 담더라도 과세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은행 예금 금리가 연 5%대까지 오르면서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종합과세 대상자가 된 기존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자 및 배당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되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김현섭 센터장은 “종합소득세율로 인해 누진세 적용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으니 전체 포트폴리오를 짜더라도 과세 범위를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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