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설마 내가 암?… 혈액검사 결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

유승현 기자 2023. 1. 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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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표지자의 진실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는 어떻게 마무리하셨는지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것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바로 건강검진입니다. 저도 12월의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미루고 미뤄왔던 검진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병원에서 일할 때 검진받으러 오는 분들도 많이 만났고 검진 결과도 수없이 봐왔지만 막상 저의 일이 되니 얼마나 긴장이 됐는지 모릅니다. 제 마음이 흔들리는 눈빛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는지 내시경 검사 전 간호사님이 제 손을 잡아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많이 떨리시죠? 마음 편히 먹고 하시면 금방 지나갈 거예요."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 친구가 술자리에서 검진 결과지를 보여주며 물었습니다. "이 수치가 높게 나왔는데 나 설마 암은 아니겠지? 너무 무서워." 확인해보니 감마 지티피(r-GTP)라는 혈액검사 수치가 약간 올라가 있었습니다. 더불어 "간에 독성이 있는 알코올이나 약물 등이 간세포를 파괴할 때나 결석, 암 등으로 담관이 막힐 때 상승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술을 안 마시면 내려갈 거니까 걱정 마. 이제부터는 술을 끊자."고 웃으며 말했지만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과 공포가 친구 입장에서는 얼마나 컸을지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보다 직접적인 단어로 더욱 긴장감을 주는 검사 항목이 있는데요. 바로 종양표지자, 암표지자라고도 불리는 검사입니다. 나도 모르게 종합검진 항목에 들어가 있거나 직접 선택해서 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다른 검사는 받지 않고 종양 표지자만을 검사해달라고 하는 분이 있기도 합니다. 또 명칭이 이렇다 보니 결과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많이 불안해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종양표지자는 무엇?

종양표지자(tumor marker)는 종양세포에서 생성되어 분비되거나 종양 조직에 대한 반응으로 정상조직에서 생성되는 물질인데 혈액이나 체액, 조직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대 의학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종양표지자는 1847년 다발골수종 환자의 소변에서 얻은 '벤스-존스 단백'입니다. 1965년에는 캐나다의 Gold 박사가 대장암 샘플에서 종양 특이항원을 발견했는데 훗날 이것이 CEA(carcinoembryonic antigen, 암배아항원)로 명명됐고 현재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수백 종류가 넘는 종양표지자가 알려져 있는데 단백질, 호르몬, 효소, 수용체, 유전자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고 최근 종양 진단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액체 생검 같은 것들도 넓은 의미에서 종양표지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종양표지자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① 특정한 하나의 암에 대해 높은 특이도(specificity, 질병이 실제로 없을 때 검사 결과에서도 질병이 없다고 나오는 비율)를 갖고, ② 증상에 의한 암 진단보다 종양표지자 상승이 치료 결과를 바꿀 정도로 의미 있게 빨라야 하며, ③ 높은 민감도(sensitivity, 질병이 실제로 있을 때 검사 결과에서도 질병이 있다고 나오는 비율)를 가져야 합니다. 그 외에도 비용이 저렴하여 대중적인 선별 검사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이상적이겠지만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이상적인 종양표지자는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종합 검진에서 흔하게 포함되는 종양표지자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선별검사'는 증상이 없을 때 병을 조기에 발견할 목적으로 시행합니다. 우리가 건강 검진을 받는 목적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혈청 종양표지자의 역할은 암을 진단할 때 보조적인 도구로서 또는 암을 치료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할 때, 치료 후 예후를 예측하는 데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선별 검사로서 역할이 있는 종양표지자는 전립선암에서 PSA와 간세포암에서의 AFP 정도입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종양표지자들이 특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인데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암이 아닌 다른 질환이나 상황에서도 종양표지자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증상도 없는데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선별검사 목적으로 종양표지자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해석에 주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사례처럼 종양표지자의 유용성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이해하여 과신하는 경우 암선별검사에 대한 필수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검사에 한계가 있다

또 이 APF와 PSA가 선별검사로서의 역할이 있긴 하지만 모든 일반인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점도 있습니다. AFP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검사로는 추천되지 않고 '간암 고위험군'에서 주기적인 복부 초음파검사와 함께 간암 선별 검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PSA 선별 검사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에서는 2012년 PSA 검사는 전립선암 사망률 감소에 미치는 효과는 작거나 없기 때문에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 검사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었는데, 결국 6년 후에는 의사와 상의한 뒤 득과 실을 스스로 판단하도록 지침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럼에도 70세 이후에는 여전히 PSA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유지되었습니다(Screening for Prostate Cancer: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Recommendation Statement).

국내 많은 검진 기관들에서 종양표지자 검사를 선별 검사로 널리 시행하고 있는데, 종양표지자 검사의 목적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54%에서 의심되는 종양을 선별하기 위해 혹은 발견된 종양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종양표지자 검사를 시행하며 32%에서만 기존 종양의 추적검사를 위해 시행한다고 합니다. (Tumor markers in the laboratory: closing the guideline-practice gap)

암 환자가 줄었다고?.. 조기검진의 중요성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 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때 암에 걸릴 확률은 36.9%로, 남자는 5명 중 2명, 여자는 3명 중 1명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만큼 암이 우리에게 아주 먼 질병이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신규 암 환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분석을 해봤더니 2020년 처음 진단받은 암 환자 수가 24만 7,952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9천 218명 감소했습니다. 과다 진단 논란이 있었던 갑상샘암을 제외한 암 발생자는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계속 증가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줄어든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암이 줄어든 걸까요? 아닙니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의료 기관 이용이 줄어 진단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2020년 암 검진 수검률은 2019년 55.8%보다 6.2%p 낮은 49.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조기 발견이 늦어지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인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을 통해 발견할 수 있고 실제로 5년 생존율도 미국, 영국보다도 대체로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국가 암 검진은 미루지 말고 잘 챙겨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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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기자doctor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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