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간수까지 품은 안중근 '영웅'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조연경 기자 2023. 1. 3. 10:06
영화 자체로 기록의 의미가 있다.
영화 '영웅(윤제균 감독)'이 회령 전투부터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일본인 간수에게 선물한 유묵까지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실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대한민국 독립군 대장 안중근이 거사를 다짐하는 계기는 회령 전투다. 독립운동가이자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군인이었던 안중근은 1909년 회령 전투 당시 붙잡힌 일본군들을 '전쟁 포로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만국공법에 따라 풀어줬다. 그리고 '영웅'은 인도주의적 신념을 지킨 안중근과 그로 인해 예기치 못한 시련을 겪은 후 거사를 다짐하게 되는 인간적인 고뇌의 순간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윤제균 감독은 “회령 전투를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안중근 의사의 인생 후반기에서 결정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회령 전투 장면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둔 안중근에게 어머니 조마리아가 보낸 마지막 편지와 수의도 빼놓지 않았다. 하얼빈에서 거사 후 안중근은 사형을 선고 받게 되고 '부당한 판결에 항소를 해야 한다'는 동지들의 항의가 빗발치게 된다. 하지만 조마리아는 투옥된 아들에게 마음이 담긴 마지막 편지와 함께 안중근을 위한 수의를 보내 역사의 한 자락을 기록했다. 조마리아의 강인한 모정과 어머니의 의지를 가슴 깊이 이해한 안중근의 이야기는 정성화와 나문희의 흡인력 넘치는 연기로 그려져 '영웅' 속 잊히지 않을 명장면을 탄생케 했다. 특히 안중근을 위한 수의를 직접 만드는 조마리아의 모습과 함께 흐르는 넘버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는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내는 어머니의 사무치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관객들에게 긴 여운을 전한다.
또한 안중근이 일본인 간수 치바 도시치에게 자신의 신념이 담긴 유묵을 선물했다는 내용 역시 사실이다. 감옥 안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향한 신념과 의지를 묵묵히 지켜 나갔던 안중근 의사는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일본인 간수에게 마음을 담은 유묵을 남겼다. '위국헌신 군인본분' (爲國獻身 軍人本分), '나라를 위해 몸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뜻을 담은 유묵은 일본인 간수를 향한 안중근 의사의 존중이 담긴 동시에 죽음 앞에서도 떳떳했던 독립군 대장의 숭고한 희생을 상기 시킨다. '영웅'은 이러한 안중근의 변함없는 의지와 신념, 그리고 그에 존경심을 표했던 일본인 간수의 이야기를 재조명하며 현 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마음에 뜻 깊은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 누적관객수 200만 명을 향해 달리고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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